[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국민의힘 양강인 윤석열·홍준표 후보가 '역선택 방지 조항'을 놓고 또 다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윤 후보 측은 그간 주장해온 '양자대결'에서 한 발 물러서 '4지 선다형에 역선택 방지 문항'을 넣는 절충안을 제시한 반면, 홍 후보 측은 "판을 뒤엎자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이다.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결정까지는 하루가 남았다.
당 선관위 산하 '여론조사 전문가 소위원회'에 참여한 윤석열 캠프의 김장수 정책총괄팀장은 25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4지 선다형은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을 심각하게 왜곡시키기 때문에 양자 대결을 주장한 것"이라며 "근데 '전례가 없는 방식은 안 된다'고 하니, 그렇다면 4지 선다형으로 하되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 측은 당초 '내년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000 후보가 대결한다면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겠냐'고 묻고 유승민·윤석열·원희룡·홍준표(가나다순) 후보 이름을 넣어 4차례 질문하는 양자대결을 주장했다. 그러나 전날 회의에선 4지 선다형 질문으로 할 경우, 먼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십니까' 혹은 '정권재창출에 동의하십니까, 정권교체에 동의하십니까' 등으로 여권 지지자를 선제외하는 조항을 두자는 절충안을 제안했다.
김 정책총괄팀장은 "캠프 유불리 문제가 아니라 정권교체에 반대하는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 즉 우리 선거를 방해하려는 사람들이 우리 당 후보 결정과정에 들어오게 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50% 여론조사 반영이 이번이 처음이고, 역선택이 세게 들어오는 것도 이번 선거가 처음일 텐데, 민주당 지지자들을 제외한 전례는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 적이 많다"고 강조했다.
반면 홍 후보 측은 윤 후보 측의 양자 대결도, 절충안도 모두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홍 후보가 요구하는 4지 선다형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맞설 국민의힘 후보로 어느 후보가 가장 경쟁력이 있느냐'고 질문하면서 유승민·윤석열·원희룡·홍준표 4명의 후보 중 한 명을 고르도록 하자는 방식이다.
홍준표 캠프 정장수 총무본부장은 "(윤 후보 측의 주장은) 판을 뒤엎자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지난 9월5일 선관위원들이 이미 역선택 방지 조항은 도입하지 않기로 의결한 사항이고, '본선 경쟁력 측정'이라는 대안을 만든 이유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후보들도 여기에 동의하고 경선을 진행해왔는데 지금 와서 근본적인 것을 뒤집자고 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정 총무본부장은 "특히 일대일 가상대결 방식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단 한 번도 시행한 적이 없는 방식”이라며 "이번처럼 중요한 선거에서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마치 임상시험 1단계도 안 끝난 백신을 맞으라고 하면 맞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설명했다. 이어 "선관위원들이 상식적으로 잘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두 주자의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홍 후보가 전날 페이스북에서 "기상천외한 여론조사를 고집한다면 중대결심을 할 수 있다"고 하자, 윤 후보 역시 “중대결심을 하든 말든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받아쳤다. 이날도 홍 후보는 "유불리를 떠나 본선 경쟁력을 다투는 상식적인 선거룰이 돼야 하고, 논의가 끝난 역선택 문제를 다시 거론해서도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엇을 결정하든 많은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예측 가능한 방식'이어야 하는데, 정당정치나 당내 역사 속에서 전례가 없는 방식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 측이 주장하는 가상 양자대결이 전례가 없는 만큼 사실상 홍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다.
남은 건 당 선관위의 결정이다. 선관위는 오는 26일 오전 회의를 통해 여론조사 항목과 방식을 확정한다. 당장 여론조사를 준비할 시간이 일주일도 남지 않아 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국민의힘은 내달 1~4일 당원투표 및 일반여론조사를 진행하고 각각 50%씩 합산해 5일 최종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25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석열·홍준표 후보가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두고 갈등이 또 격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