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2009년 제주에서 발생한 보육교사 살인사건 범인으로 기소된 택시기사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8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등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 사망시각이 정확하게 특정되지 않고, 피해자의 피고인 운행 택시 탑승 사실, 경찰이 추정한 이동경로로의 이동사실, 피고인의 당일 행적을 확인하기에 부족하다"며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은 옳다"고 판결했다.
또 "피해자가 탑승한 피고인 택시의 트렁크, 뒷좌석 시트 등에서 피해자가 입은 의류를 구성하는 섬유와 유사한 섬유가 검출됐지만, 분석방법상의 한계와 피고인이 운행한 차량이 다수 승객이 이용하는 영업용 택시라는 특성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피고인의 택시에 탑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10여년간 용의자가 잡히지 않아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알려진 사건이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09년 2월 제주 용담2동 인근 노상에서 보육교사 B씨를 자신의 택시에 탑승시킨 후 B씨 집으로 가던 중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살해하고 사체를 근처 배수로에 유기한 혐의 등으로 2019년 기소됐다.
검경이 A씨를 사건이 발생한지 10년이 지나서야 기소한 것은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사결과 사건 당시 숨진 B씨 시신이나 소지품 등에서는 범인을 A씨로 특정할 수 있는 DNA 등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CCTV도 없었다. 게다가 B씨 시신을 부검한 결과 사망 시점이 시신 발견 24시간 이내로 잘못 추정되면서 사건은 더 미궁속에 빠졌다.
이 사건은 장기미제사건이 될뻔했지만 2015년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되고 제주경찰청이 미제사건 전담팀을 꾸리면서 재수사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A씨가 운행한 택시에서 B씨가 숨질 당시 입었던 옷 성분과 유사한 섬유를 발견하고 이를 근거로 검찰은 A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1, 2심은 모두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이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