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서윤 기자] 해운 담합 혐의 사건·온라인 플랫폼 규제 입법 등 관계 부처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공정당국이 관계 부처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식 절차를 강화한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 기자 간담회를 열고 "산업 및 시장 상황을 더 정확하고 충실하게 이해한 뒤 현안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사건 처리 과정에서 관계 부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식적 절차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도 타 부처는 공정위가 조사·심의 중인 사건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금보다 더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 공식 창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2003~2018년 국내외 선사가 운임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수천억원을 부과하겠다는 심사보고서를 올해 5월 해운사들에게 보낸 바 있다. 해당 사건은 현재 전원회의를 앞두고 있다.
공정위는 해운법상 공동행위는 허용되지만, 사전신고 등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불법적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수부는 해운 공동행위는 고객사인 화주들에게 이익이 된다며 담합 자체가 위법이 아닌 만큼 이런 경우까지 일일이 신고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신산업인 온라인 플랫폼 분야 규제 입법을 두고는 방송통신위원회와 권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각종 플랫폼 법안을 준비하면서 업계 내 중복규제 우려가 현실화 됐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위가 농림축산식품부와 연관이 깊은 가금업계에 수백억원의 과징금 폭탄을 예고하는 등 많은 부처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조 위원장은 "부처 간 이견이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건에는 공정위가 관계 부처에 직권으로 '의견이나 진술을 달라'고 요청할 근거를 명확히 규정해 의견 수렴 절차를 활성화하겠다"면서도 "이런 제도 보완이 공정위 판단을 타 부처 의견에 구속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플랫폼 제재, 대기업 집단 정책 등에서도 타 부처와 협업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 위원장은 "플랫폼의 웹툰·웹 소설 등 콘텐츠 분야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협력하겠다"며 "대기업 집단 정책의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위해 국세청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류 분야 일감 개방을 위해 국토부와도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정보 공유 기관을 금융감독원 등으로도 확대하고 내부 거래가 많은 정보기술(IT) 서비스 분야의 일감 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협업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소상공인·중소기업의 포용 기반 확충, 민생 법안 입법, 사건 처리 신속화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 위원장은 "직영점을 1년 이상 운영한 가맹 본부만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하고 소규모 본부에도 정보 공개서 등록, 가맹금 예치 의무를 부여했다"며 "원자재값 상승이 납품 단가에 원활하게 반영되도록 '납품단가조정신고센터' 운영을 내실화하고 '기술유용 익명제보센터'를 연내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프라인 상인보다 더 영세할 수 있는 180만 온라인 소상공인의 권익을 보호할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을 비롯해 중소기업중앙회가 개별 중소기업을 대신해 조정할 수 있는 법 등이 입법 과제"라며 "이들 법안의 국회 통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 처리 신속화와 관련해서는 "시장에서 불공정 행위가 장기간 시정되지 못하고 피해 구제도 지연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처리 효율을 높인다는 방향 아래에 절차별 관행을 개선하는 방안, 공정거래조정원 등과의 협업 확대 방안, 관련 인력 확충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7일 "사건 처리 과정에서 관계 부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식적 절차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세종=정서윤 기자 tyvodlo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