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정부가 비대면 사회 도래로 급증한 불법 스팸을 근절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이번 대책에는 유통 방지책뿐만 아니라 은행을 사칭해 불법스팸을 발송하면 최대 3년의 징역 처벌을 받게 되는 등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김재철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이 28일 '은행사칭 불법스팸 유통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e브리핑 갈무리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금융위원회(금융위)·경찰청·한국인터넷진흥원(KISA)·금융감독원(금감원)은 28일 정부합동 '은행사칭 불법스팸 유통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서민대출 등을 빙자한 은행사칭 불법스팸이 증가함에 따라 국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됐다.
KISA에 따르면 휴대전화 불법스팸 신고·탐지량은 2020년 하반기 1717만건에서 2021년 상반기 1966만건으로 15% 늘었다. 이 중 은행사칭 불법스팸은 올해 1분기 16만건에서 2분기 29만건으로 81만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을 사칭해 대출 신청기한을 임박하게 정하거나 최저금리로 대출한다는 문구 등으로 이용자 심리를 교묘하게 자극해 금전적 피해도 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대량전화회선 등을 확보해 스팸차단시스템을 우회하는 등 불법스팸 발송 방식이 고도화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은행사칭 불법스팸을 근본적으로 막을 대책 시행에 나섰다. △유선·인터넷 전화 가입 제한 강화 △불법스팸전송자가 확보한 전화번호 전체 이용 정지 △인터넷 발송 문자에 '식별코드' 삽입 △금융회사 전화번호 '화이트리스트' 기반 필터링 적용 △아이폰 등 외산폰을 위한 신고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처벌 기준 강화 등이다.
정부는 우선 불법스팸을 원천 차단할 유통 방지책을 확대 적용했다. 기존에는 이동전화 3회선까지였던 전화회선 가입 제한을 개인은 유선·인터넷전화 5회선, 법인은 종사자 수까지로 강화한다. 추가 회선 개통이 필요할 경우 신용도나 번호사용 계획서 등을 검증받아야 한다.
불법스팸 전송에 이용된 전화뿐만 아니라 스팸 전송자가 확보한 전화번호 전체 이용도 막는다. 해당 번호는 통신사간 공유해 스팸발송 전 단계에서 수·발신을 차단한다.
대량발송에 주로 이용되는 인터넷 발송 문자의 경우 최초 발신시 '식별코드'를 삽입해 불법스팸 전송자 추적 기간을 7일에서 2일 이내로 단축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식별코드는 현재 과기정통부가 개발 중이다.
필터링 기술도 스팸 번호나 내용을 거르는 '블랙리스트' 방식이 아닌 금융회사 공식 번호만 통과시키는 '화이트리스트' 방식으로 전환한다. 금융회사 공식 번호가 아닌 사칭문자가 이용자에게 전송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화이트리스트에는 제1금융권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카드사 등 제2금융권까지 등록한다.
마지막으로 안드로이드뿐만 아니라 아이폰 등 외산폰이나 음성스팸 등에도 적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 스팸신고 앱을 배포한다. 해당 앱은 오는 2022년 개발완료될 예정이다.
영업수익에 비해 낮아 실효성 없었던 처벌 수위도 강화된다.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었던 현행을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로 확대한다.
강화된 유통 방지책을 피해 해외에서 발송되는 국제불법스팸이 증가하는 '풍선효과'에도 대비한다. 고낙준 방통위 인터넷이용자정책과장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것들은 모니터링이 잘 안 되는 편이기 때문에 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강구 중이다"고 말했다.
김재철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코로나19 환경 등 비대면 사회의 이면에서 나타나는 금융기관 사칭 문자 스팸으로 범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하겠다"며 "국민께서도 보이스피싱·스미싱·악성코드 감염 등 정보보호에 특별히 경각심을 갖고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수칙을 스스로 지키기 위한 노력도 함께 주길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