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남양유업 임시 주주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손발이 묶이게 됐다. 법원이 한앤컴퍼니의 손을 들어주면서 ‘남양맨’들로 이사회를 꾸리려던 홍 회장의 계획은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한앤컴퍼니에 남양유업을 매각하는 계약을 이행하라는 압박은 한 층 더 거세지게 됐다.
2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에 따르면 한앤코19호 유한회사가 홍 회장과 아내 이운경 고문, 손자 홍승의 군을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매도인과 매수인의 주식 매매 계약상 거래 종결일이 확정된 만큼 계약 해제 통지는 효력이 없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홍 회장과 이 고문, 홍 군은 오는 29일 열리는
남양유업(003920)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만약 홍 회장 등이 재판부의 결정을 어기고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한앤코에 100억원을 지급해야한다.
남양유업은 임시 주총에서 사내이사 3인과 사외이사 1인을 새로 선임하기로 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신임 사내이사 후보자에는 김승언 남양유업 수석본부장, 정재연 남양유업 세종공장장, 이창원 남양유업 나주공장장이 이름을 올렸다. 이어 사외이사 후보자는 이종민 학교법인 광운학원 이사다.
하지만 남양유업 오너 일가의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해지면서 ‘남양맨’들로 이사회를 구성하려던 홍 회장의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현재 홍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지분은 약 53%다.
나머지 지분(약 47%)을 가진 주주들은 소액주주들인데 이들이 임시 주총에 참석해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정관에 따르면 이사 선임은 출석한 주주의 과반 찬성으로 의결하되 그 지분이 전체 주식 4분의 1을 넘어야한다.
남양유업은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한앤코를 향한 불만을 드러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이번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새로운 이사 선임과 이사회 재편 등을 추진하고자 했으나 한앤컴의 의결권 행사 금지로 인해 이러한 계획을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한앤컴의 이러한 행위는 남양유업의 경영 안정화를 방해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남양유업을 한앤코에 매각해야한다는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법원이 한앤코가 홍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전자등록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에 이어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효력은 이번 임시 주총 건만이 아닌 앞으로 소집될 주총에서도 적용된다. 또 앞서 인용된 전자등록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홍 회장은 한앤코 외에 다른 곳에 남양유업을 매도할 수 없어 사실상 남양유업 오너일가의 손과 발이 묶였다.
게다가 법원이 한앤코의 손을 두 차례 들어주면서 매도인과 매수인의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근거도 마련돼 계약 유효성 여부를 다투는 본안 소송에서 한앤컴퍼니가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이번 가처분 신청 인용은 한앤컴퍼니에게 남양 주식을 양도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한 결과”라며 “법원 결정에 따라 홍 회장 측은 주식매매계약을 즉시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