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대기업들이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임원 인사를 예년보다 빨리 단행하고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급변한 경영환경에 한발 앞서 대응하는 동시에 수소, 우주항공과 같은 미래 먹거리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000880)그룹은 지주회사인 (주)한화와 주요 계열사의 임원 인사를 지난달 마무리했다. 한화그룹은 다른 그룹에 비해 인사를 일찍 내는 편인데 이번에는 예년보다 한 달 정도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8월 말 계열사 사장단 교체를 시작으로 임원 인사에 속도를 냈다. 당시 한화는 △어성철 한화시스템 대표이사 △남이현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대표이사 △홍정표 한화저축은행 대표이사 △김희철 한화임팩트 대표이사 △이구영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비해 사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 시장을 선점하는 데 무게가 실린 것이다. 어 대표이사는 위성통신사업, 무인·스마트 방산 등 신사업 분야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하면서 이끌어왔고 한화시스템이 추진 중인 도심항공모빌리티와 우주항공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적임자로 평가된다. 김 대표이사는 한화그룹 화학·에너지 부문의 대표적인 전략통이다. 한화종합화학은 글로벌 수소혼소·수소 유통, 친환경 케미칼 제품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남 대표는 석유화학 분야에 탁월한 전문성이 있고 이 대표는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초기부터 주도해 온 인물이다.
한화그룹 본사 외관.사진/한화그룹
대표이사 교체 한 달 여 뒤인 지난달 초부터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한화솔루션은 계열사 중 가장 먼저 김재형 전무를 부사장으로 임명하는 것을 포함해 총 39명을 승진시키는 정기 임원인사를 했고 한화토탈, 한화임팩트, 한화에너지, (주)한화 등도 임원인사를 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역동적인 변화를 선도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 사업 구조 혁신을 위해 예년보다 앞당겨 임원인사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329180)그룹도 평소보다 빠른 10월 중순에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을 포함해 4명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가삼현 한국조선해양사장과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부회장이 됐다.
핵심 사업 부문의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는 동시에 수소, 암모니아, 연료전지 등 친환경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대중공업 조선소. 사진/뉴시스
현대중공업그룹은 열흘가량 뒤에 부사장 7명을 비롯해 총 75명의 승진을 발표하면서 임원인사를 마무리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인사가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 이뤄졌다"며 "임원인사를 조기에 마무리한 만큼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대비한 2022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002020)그룹도 예년보다 이른 임원 인사를 했다. 윤창운 코오롱글로벌 사장을 그룹 부회장으로 올리고 21명의 신규 임원을 선임하는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조기에 임원 인사를 마무리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면서 다른 주요 그룹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데 무게가 더 실린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위드코로나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 판도가 크게 바뀌고 신사업 발굴이 매우 중요해지면서 일부 그룹이 선제 대응을 위해 임원인사를 빠르게 진행했지만 다른 다수의 그룹은 임기 등을 고려해 예년과 비슷한 시기에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과 현대차, LG, SK 등 4대 그룹은 예년과 비교해 인사시기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없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들은 통상 이르면 11월말에서 12월 초·중순쯤 정기 인사를 해왔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