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한국조선해양(009540)이 환율과 선박 가격 상승에 힘입어 3분기 시장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흑자를 냈다. 조선업이 슈퍼사이클(초호황)에 진입한 만큼 앞으로 수주도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2019~2020년 부진으로 내년까지는 큰 폭의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는 2023년부터 본격적인 반등이 기대된다.
한국조선해양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3분기 매출액 3조5579억원, 영업이익 1417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248.2% 증가한 수준이다. 순이익은 19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그래픽/최원식 디자이너
시장에서는 한국조선해양이 3분기 매출액 3조7103억원, 영업이익 28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의 5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예상보다 호실적을 낸 건 주요 원자재인 철강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2분기에 반영한 공사손실충당금이 일부 환입됐기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철광석값 상승 등으로 후판 가격이 급등하자 지난 2분기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반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분기엔 8973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봤다. 아울러 환율이 상승한 것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2년 6개월 치 일감도 넉넉히 확보한 만큼 앞으로는 선별 수주를 통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해운업이 호황을 맞고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도 빨라지면서 선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8일 기준 신조선가지수는 150포인트를 기록했다. 신조선가지수가 150포인트를 기록한 것은 조선 호황기였던 2009년 7월 이후 12년 만이다.
이날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선가를 대폭 올리면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전 선종에 걸쳐 인상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년까진 큰 폭의 실적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 특성상 올해 발주 물량은 내년부터 실적에 단계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 수주 증가에도 국내 조선사들은 내년까지는 흑자를 유지하는 정도의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2023년에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를 기대하며 2024년부터는 보다 빠른 속도로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조선사 밸류에이션은 초기 턴어라운드 구간에 수주량, 일감 확보 이후에 신조선가와 밀접하게 움직인다"며 "내년 선가 상승은 탱커, LNG 운반선이 견인할 전망이며 LNG 운반선의 회복은 가시적"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현대중공업지주도 3분기 실적을 발표를 통해 전년 동기보다 198.5% 증가한 30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7조2775억원으로 59%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28.6% 증가한 445억원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주요 자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해 정유·화학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 건설기계 계열사들이 두루 호실적을 내며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