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최태원 SK 회장이 미국과 유럽을 방문해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 연쇄 회동 하는 등 '글로벌 스토리' 경영 본격화를 위한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글로벌 스토리는 최 회장이 강조하는 경영 화두 중 하나로 SK가 글로벌 현지 이해관계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윈-윈형 사업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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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034730)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달 27일부터 1일까지(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정·재계 인사를 연이어 만나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달 27~28일에는 매코널 원내대표와 제임스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 등 공화·민주 양당의 지도자를 만나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SK의 전략과 미국 내 친환경 사업 비전을 소개하고 의견을 나눴다.
최태원 SK회장(오른쪽)이 지난달 27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사진/매코널 원내대표실.
매코널 대표는 상원 의원으로 37년째, 원내 대표로 15년째 재임 중인 공화당 서열 1위의 거물 정치인이다. 클라이번 의원은 민주당 하원 서열 3위인 유력 정치인이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2030년 기준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210억톤)의 1%에 해당하는 2억톤의 탄소를 감축하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기후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특히 2030년까지 미국에 투자할 520억달러 중 절반가량을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 에너지솔루션 등 친환경 분야에 집중해 미국 내 탄소 감축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SK가 미국 내 '그린 비즈니스'를 통해 미국 정부가 2030년까지 목표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의 5%인 1억톤 상당의 감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CEO세미나에서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에서 탄소 감축 기여를 통해 현지 사회 등 이해관계자들의 존중과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 회장은 미국 방문 중 테네시주 지역구의 공화당 마샤 블랙번, 빌 해거티 상원 의원과도 만나 "SK온이 건설 중인 조지아 공장에 이어 포드와 합작해 켄터키, 테네시주에 2027년까지 설립하기로 한 대규모 배터리 공장이 완공되면 3개 주에서 모두 1만1000여명에 이르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미 의회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의원들은 "SK 배터리 사업이 미국 배터리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고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배터리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며 "지역 대학과의 협업을 통해 인력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인 SK온과 포드는 최근 합작법인 '블루오벌 SK'를 통해 켄터키주와 인접 테네시주에 총 114억달러(약 13조3000억원)을 투자해 매년 215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129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2개를 건설하기로 했다. SK온은 이중 44억5000만달러(5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SK가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사진/SK이노베이션
최 회장은 지난 1일 짐 팔라 포드 CEO와의 화상회의에서 켄터키주 등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게 양사 간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고 배터리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달 31일 회동한 수잔 클라크 미 상의회장과는 양국 상의 간 교류·협력의 폭을 넓히기로 뜻을 모았다.
5박 6일간의 미국 일정을 마친 최 회장은 곧바로 1일 헝가리로 이동해 유럽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순방단과 합류해 △헝가리 상의 회장 면담 △한국-비세그라드 그룹(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비즈니스 포럼 참석 △국빈만찬 참석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2일에는 코마론시에 자리한 SK온 배터리 공장을 찾아 현지 배터리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현지 구성원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SK는 헝가리 코마롬시와 이반차시에 총 3개의 배터리 공장을 운영 또는 건설 중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미국 내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SK뿐 아니라 한국 재계 전반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글로벌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며 "이는 ESG 경영을 통해 글로벌 각지의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