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중국 소비주들이 현지 수요 둔화 등에 따라 기대 이하의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주가는 제각기 다르게 반응했다.
호텔신라(008770)는 커지는 업황 불안감 등에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빠진 반면
아모레퍼시픽(090430)은 프리미엄 브랜드 '설화수' 매출 신장이 유의미하게 받아들여지며 오히려 반등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선 중국 소비 위축과 경쟁 과열로 전반적인 업황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채널과 브랜드 등 장기적인 경쟁력이 향후 실적 회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아모레퍼시픽과 호텔신라,
LG생활건강(051900)의 단기 주가 추이가 갈렸다.
우선 호텔신라와 LG생활건강은 실적 발표 직후 각각 7.78%, 8.26% 급락했다. 화장품 대장주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왔으나 3분기에는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성적표를 받지 못했다. 중국향 대표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인 '후'의 매출이 역성장하면서다. LG생활건강은 실적발표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그리며 52주 신저가를 썼다.
호텔신라는 면세업 부진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483억원)에 크게 못미치는 209억원에 그쳤다. 작년과 비교해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으나 시장 기대치를 50% 이상 밑돌았다.
증권가에서는 중국 보따리상을 대상으로 한 과열 경쟁으로 면세업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는 위드코로나 전환의 수혜주로 꼽히지만, 중국 화장품 시장 성장률이 7월 이후 급격히 둔화되면서 국내 면세점 내 보따리상 수요도 따라 위축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위드코로나 돌입에 따른 여객수요 회복 속도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경쟁 심화에 따른 보따리상 알선 수수료 증가 이슈가 지속될 경우 업종 밸류에이션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기대 이하의 실적 발표에도 오히려 5.23% 급등했다.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3% 하락한 503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인 770억원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가 중국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것에 시장이 주목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혜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현지에서 저가 브랜드들의 로컬 업체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경쟁력을 어필할 수 있는 럭셔리·프리미엄 위주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며 "아모레의 경우 중국에서의 전체 성장률은 마이너스지만 설화수만 놓고 보면 50% 성장해 매수세가 유입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중국 소비주라고 다 오르는 시기가 끝난 만큼, 현지 소비 둔화에 대비해 장기적인 제품과 채널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향후 2~3년간 위드코로나 수혜는 있겠지만 중국의 소비 둔화가 진행되고 있는 점은 화장품과 면세 모두에 좋지 않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정혜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예년 대비해서 중국 소비 자체가 둔화되고 있어 중국 소비주라 해서 잘 나가던 시기는 끝났다"며 "현지에서 어느정도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소구할 수 있는지가 과제가 될 걸로 보이고, 그런 소비자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업체가 장기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