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중국의 경제가 둔화될 경우 단기적으로 우리 대중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대중 수출 구조가 반도체와 중간재 비중이 높고, 아직까지 중국 수출의 견조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국내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3일 발간한 '대중 수출의 구조적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은 실물경기 지표가 둔화되고, 헝다 그룹 파산 위기, 전력난, 기업 규제 강화 등 여러 경제 리스크도 부각되고 있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 이후 우리 경기 회복을 견인해 온 수출 호조세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선진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과장은 "중국 경제가 둔화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우리 대중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중국의 성장세 둔화가 어느 부문에서 발생하는지에 따라 우리 대중 수출에 대한 충격의 크기는 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내수 지표 둔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금액은 올해 △7월 135억9000만 달러 △8월 138억8000만 달러 △9월 143억 달러 △10월 143억9000만 달러 등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출 호조기인 2018년 평균 135억1000만 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특히 수출 품목별 구조를 살펴보면 반도체 비중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수출 품목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일부 대중 경쟁력 우위 품목인 석유화학, 기계류, 철강에 집중돼 있다.
이는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로 우리나라와 중국간 교역이 보완 관계에서 경쟁적인 관계로 점차 변화하면서, 대중 수출구조가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재편된 데 기인한다.
반도체의 경우 우리 기업이 기술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중국의 반도체 수요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중 반도체 비중은 지난 2010년 15.1%에서 2020년 31.2%로 급상승했다. 상당 부분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진 대 홍콩 반도체 수출액까지 포함할 경우 작년 기준 40.5%에 이른다.
이렇게 중국의 소비 확충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중 수출에서 소비재 비중은 작년 기준 3.8%에 그칠 만큼 매우 낮고 중간재가 80.6%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간재의 적지 않은 부분이 중국의 수출 최종재 생산에 활용된다.
중국은 산업 고도화 진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로부터 고기술 부품을 수입해 이를 수출하거나 내수를 위한 최종재·중간재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한은은 실증분석 결과, 우리 대중 수출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매출액)와의 동행성이 두드러지며, 중국의 수출과도 밀접하게 동행하는 모습이 일관성 있게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내수의 경우 고정투자와는 상관관계가 뚜렷한 반면, 소비와는 상관관계가 미약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대중 수출 품목들에 대한 공통요인분석 결과에서도 수출 품목들의 공통요인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 및 중국 수출과 동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진 과장은 "우리 대중 수출과 밀접한 관계를 보이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와 중국 수출의 견조한 흐름이 중국 내수 둔화의 부정적 충격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실제로 10월 중 대중 반도체 수출은 D램 고정가격이 전 분기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신규 스마트폰 출시로 모바일용 수요가 확대되면서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중국 수출도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장기 측면에서 바라볼 때 대중 수출이 우리 수출의 빠른 증가를 견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과장은 "중국의 인건비 상승 및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의 영향으로 우리 기업을 포함한 다국적 기업들이 글로벌 생산거점을 중국에서 동남아, 인도 등으로 계속 이전하고 있다"며 "중국의 자급률 제고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3일 발간한 '대중 수출의 구조적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은 실물경기 지표가 둔화되고, 헝다 그룹 파산 위기, 전력난, 기업 규제 강화 등 여러 경제 리스크도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달 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아래)와 감만부두(위)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