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채 국면 '폴리시믹스' 절실… 기준금리 인상 땐 성장률 '휘청'

기준금리 25bp 인상 땐 성장률 0.15%포인트↓
저부채 국면의 경우 0.08%포인트↓…물가도 '제한적'
미 내년 7월 금리인상 예측…한은 이달·내년 1월 인상 관측
"금리인상 취약계층 채무무담 유의, 폴리시믹스 필요"

입력 : 2021-11-04 오후 3:02:43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고부채 속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취약계층 채무부담과 금융위기, 실물경제 침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특히 기업·가계 부채가 폭증한 상황에서 금리인상을 할 경우 저부채 때보다 경제성장률이 두 배 가량 추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개한 '민간부채 국면별 금리인상의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보면, 고부채 국면에서 기준금리가 25bp(1bp=0.01%) 인상될 경우 평상시에 비해 경제성장률이 두 배 정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즉, 3분기 걸쳐 경제성장률이 최대 0.15%포인트씩 떨어진다는 얘기다.
 
반면, 저부채 국면의 기준금리 25bp 인상은 3분기 후 경제성장률이 최대 0.08%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금리인상에 따른 물가상승률과 부채증가율의 하락폭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인상은 저부채 국면보다 고부채 국면에서 물가와 부채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쳤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2000년대 이후 물가와 경기 간의 관계가 약해졌다는 분석 결과와 부합한다. 
 
천소라 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물가상승률이 단기적인 경기 변동보다 중장기적인 기대인플레이션에 더 연동돼 있다는 다수의 연구결과는 통화당국의 기대인플레이션 관리가 중요해졌음을 뜻한다"며 "코로나19 위기에서의 적극적인 통화정책 수행은 장기간의 저물가 현상으로 낮아진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안정목표에 일부 접근하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고 설명했다.
 
부채 영향과 관련해서도 "금리인상만으로 부채증가세를 단기간에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4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개한 '민간부채 국면별 금리인상의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고부채 국면에서 기준금리가 25bp(1bp=0.01%) 인상될 경우 평상시에 비해 경제성장률이 두 배 정도 큰 폭으로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
 
이날 새벽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테이퍼링 추진 계획을 공식 발표하면서 국내 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FOMC는 11월과 12월에는 각각 150억 달러씩의 구체적인 축소 규모를 밝혔다.
 
파월 연준 의장은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하며 "테이퍼링 결정이 금리 인상에 대한 직접적인 신호는 아니고 아직 금리인상은 시기상조"라며 기존의 입장을 강조했다. 시장 및 국내외 연구기관 등에서는 이 같은 속도로 테이퍼링을 진행시 내년 6월에 종료될 것으로 보며, 테이퍼링이 종료되는 7월에는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은 이달 25일 회의에서 0.25%포인트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내년 1월에도 0.25%포인트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추가 인상을 거듭해 기준 금리를 1.25%까지 올린 후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일정에 따른 대응 가능성이 높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서두르는 이유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우려를 지목하고 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화폐) 보유국이 아닌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기준금리를 일정 수준 높게 유지하지 못할 경우 금리가 더 높은 달러를 쫓아 외국인 투자자들의 돈이 빠져나가는 대규모 '자금 유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0.75%)는 연준의 기준금리(0.00∼0.25%)보다 0.5∼0.75%포인트 높은 수준인데, 우리가 내년 초까지 0.5%포인트를 더 올리면 격차는 1.0∼1.25%로 커진다.
 
천소라 총괄은 "최근의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감독 강화 등은 금융안정성의 강화를 주목적으로 수행된 정책으로 풀이되지만 다수의 해외 사례에서 부채 증가를 동반한 자산가격 급등이 일시에 반전되면서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진 경험을 감안하면 사전적으로 금융건전성을 강화하고 경기불안 요인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아직까지 우리 경제가 견고한 회복 단계에 접어들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금리인상이 경기에 미칠 부작용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위기에서 경제주체별로 불균등한 충격을 받은바, 금리인상이 취약계층의 채무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정책의 조합(폴리시믹스·Policy mix)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통해 "정부는 결과가 국제금융시장에서 큰 무리 없이 소화되며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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