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국회의원에 대한 이른바 '쪼개기 후원' 혐의로 수사를 받은 구현모
KT(030200) 대표이사가 약식기소됐다. 이번 수사 대상이었던 황창규 전 회장은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유경필)·형사14부(부장 김지완)는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상횡령 혐의로 구 대표 등 KT 고위 임원 10명을 약식기소하고, 전 대관 담당 부서장 A씨와 B씨 등 4명과 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대관 담당 임원들과 공모해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상품권 할인을 통해 부외자금을 조성한 후 지인 등 명의로 82회에 걸쳐 국회의원 28명에게 총 1억23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도 2016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같은 방법으로 278회에 걸쳐 국회의원 83명에게 총 3억149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를 받는다.
구 대표 등 고위 임원들은 2016년 9월부터 A씨 등으로부터 부외자금을 받아 각각 자신들의 명의로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회사 예산을 이용해 상품권을 주문하고 대금을 지급한 후 실제로는 상품권을 받는 대신 3.5%~4% 할인된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받는 속칭 '상품권깡' 방식을 사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조성된 부외자금은 임직원, 지인 등 명의로 100만~300만원씩 금액을 나눠 후원회 계좌에 이체하는 쪼개기 후원 방식으로 360회에 걸쳐 국회의원 99명에게 기부됐다.
하지만 검찰은 황 전 회장에 대해서는 이들의 범행에 대한 공모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려 불기소 처분했다. 또 기부 행위에 가담한 임원 중 가담 정도가 비교적 경미한 임원 1명을 기소유예하고, 4명은 입건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물 분석 결과와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모두 종합해도 대외 업무 담당 부서의 부외자금 조성과 불법 정치자금 기부가 황창규 전 회장에게 보고됐다거나 황 전 회장이 이를 제대로 인식한 채 지시·승인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관 담당 임원들이 2016년 무렵 기부금 집행 내역과 국회 대응 계획에 대해 황 전 회장과 구 대표에게 2차례 보고한 바 있으나, 그 주된 내용이 합법적인 기부·협찬과 통상적인 국회 대관 업무 위주로서 황 전 회장 등이 부외자금 조성과 불법 정치자금 기부의 구체적인 내용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KT혜화타워(혜화전화국) 앞에서 그달 25일 발생한 KT의 유·무선 인터넷 장애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