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민간임대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의 대안인 민관협력모델 사회주택의 내년 서울시 공급이 사실상 멈춰섰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 가운데 사회주택 관련 예산은 24억8000만원이다.
24억8000만원은 사회주택지원센터, 토지임대료 보전, 이차보전금 관련 예산으로, 신규 사회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예산은 책정돼 있지 않다.
앞서 서울시는 올해 본예산으로 사회주택 관련 173억원을 편성했으나 추경을 거쳐 마찬가지로 신규 공급예산을 중심으로 줄이며 23억원으로 삭감했다.
올해 서울시 사회주택 공급실적은 사회적주택을 중심으로 477호 늘어 누적 1626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준공 기준의 실적 증가로, 사업자 모집부터 준공까지 적어도 2~3년 이상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신규 사업 불발은 향후 사업 존망과도 직결된다.
이를 두고 서울시는 입주자 보호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신규 공급이 어렵다는 방침이다. 입주자 보호 문제는 서울시의 올해 7월 사회주택 사업 추진 실태점검에서 지적된 바 있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따라 8월부터 모든 유형의 주택임대사업자는 신규 임대차계약 시 ‘임대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됐다.
당시 실태점검 결과 거의 대부분의 사회주택 사업자가 임대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보험 가입이 안 된 경우 입주자가 확정일자·전세권 설정 등 보증금에 대한 보호를 받기 어렵다.
이에 대해 사업자들은 보증보험 가입과 사회주택이 충돌하는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HUG, SGI 등 보증보험사들이 토지를 제외한 건축물만으로는 담보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보증보험 가입을 꺼리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서울시에 요구하고 있다.
일반적인 민간임대나 공공임대 같은 경우 토지·건물 소유가 분리되지 않아 별다른 문제가 없기 때문에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민관협력모델인 사회주택은 대부분 토지를 SH 등이 소유하고, 사업자가 건물을 짓거나 임대해 운영하는 구조다.
토지·건물의 소유가 분리되다보니 담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보증보험사들은 가입을 꺼리는 결과다. 서울시·HUG·한국사회주택협회 등이 사회주택 전용 보증보험상품 개발을 위해 머리를 맞대도 좀처럼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진남영 한국사회주택협회 정책위원장은 “그동안은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건물 소유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토지 소유자가 책임지게 돼 보증금 이슈가 없었다”며 “사업자의 무능력이나 부도덕 때문이 아닌 만큼 임대사업자만 안달날 게 아니라 토지 소유자도 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주택이 민관협력모델인 상황에서 서울시도 책임을 사업자들에게만 미뤄둘 것이 아니라 사업 지속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작년만 해도 드로우 사태 이후 입주자 보호를 위해 서울시는 신용보증기금·한국사회주택협회·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등과 협력해 재임대형 사회주택에 대한 보증보험을 한시적으로 운영한 바 있다.
서울시는 올 7월까지 두 달간 다섯 차례에 걸친 숙의예산 민관협의회를 통해 내년 사회주택 예산을 토지지원리츠 출자금 450억원을 포함해 총 495억원으로 협의했으나 실제 예산은 20분의 1에 불과하다. 서울시가 1/3을 출자해 사회주택을 공급하는 토지지원리츠에는 출자금 2100억원 중 1047억원이 남아있는 상태다.
지난 2일 시의회 행감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무 시의원은 “문제가 대두되자 모든 원인을 사업자의 도덕적 해이로 몰아가며 서울시의 부실한 정책 설계 및 운영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사업자에게 돌리고 가만히 있는 것은 사업설계나 운영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보 주택정책실장은 “전체적으로 사회주택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기존 정책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임대보증보험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는 1년 넘게 정부와 법령 개정은 건의했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사회주택에서 입주자들이 생활하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