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내가 친기업 1등"…'성장' 강조로 중도외연 확장 주력

대선후보 한달…대한상의 등 경제·산업계 4차례 방문, 노동계 회동은 '아직'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만나 "기업이 경제 그 자체…노동존중·친기업 양립 가능"
관훈토론에선 '박정희 산업화 성과' 부각…"성장 회복해 기회총량 늘려야"

입력 : 2021-11-10 오후 5:43:45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성장'에 방점을 찍으면서 중도층 외연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이 후보는 대선 출마선언에서 '강력한 경제정책'의 필요성을 주창한 이후 지난달 10일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연설문과 지난 2일 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연설에서 줄곧 성장을 강조했다. 후보 선출 이후에는 노동계보다 경제·산업계와 접촉을 늘리는 모습이다. 문재인정부를 계승하되 '이재명정부'로 차별화를 해 정부의 실정에 등을 돌린 중도층의 마음을 이끌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10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최태원 회장 등을 만나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역할은 경제 그 자체"라며 "성장을 회복해야 불평등, 전쟁 같은 경쟁에서 벗어나서 효율성이 높은 국가로 갈 수 있고, 그 중심엔 기업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후보는 친기업 이미지를 강조, 경제·산업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제스쳐를 보였다. 그는 "언론에서 광역자치단체장 이미지 조사를 하면서 가장 친기업적인 단체장이 누구인지를 물었더니 제가 압도적인 1등을 했다"며 "공생하는 사회가 됐기 때문에 노동존중과 친기업적 정치행정은 양립될 수 없는 대치적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대선후보로 선출되고 난 직후부터 경제·산업계와의 보폭을 늘렸다. 지난달 28일엔 로보월드 행사에서 로봇업계와 대면했고, 3일엔 K-웹툰 행사, 8일엔 스타트업 간담회 등에 참석했다. 물론 자신의 취약지대로 평가되는 2030 청년층 표심을 잡겠다는 의도도 내포된 행보였다. 그럼에도 앞서 지난 2017년 민주당 경선 당시 재벌개혁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및 사면금지 등을 외쳤던 것과는 분명 대조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해 최태원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후보는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연설문에서 "대전환의 위기를 대도약의 기회로 만들겠다"며 "국가주도의 강력한 경제부흥정책으로 경제성장률 그래프를 우상향으로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경제에, 민생에 유용하고 효율적이면 진보·보수, 좌파·우파, 박정희·김대중 정책이 무슨 차이겠느냐"며 "가리지 않고 과감하게 채택해 실행하겠다"고 했다. 후보 수락연설문에서 공정은 성장 다음 순서로 언급될 정도로, 성장에 무게를 실었다. 
 
이런 기조는 대전환 선대위 출범식에서도 드러났다. 이 후보는 연설에서 '성장의 회복'을 제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성장을 회복하고 경제를 부흥시키겠다"면서 "공정성 회복을 통한 성장토대 마련, 전환적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환성장을 투트랙으로 하는 '전환적 공정성장'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후보 수락연설문과 선대위 출범식 연설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성과를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대한상의 방문 전 관훈클럽 토론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성과를 부각시켰다. 
 
이 후보가 성장에 방점을 찍고 박 전 대통령에까지 의미를 부여하는 건 문재인정부의 경제 실정에 실망한 중도층 표심을 얻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11차 정기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5.4%에 그쳤다. 잘못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60.0%였다. 정치성향별로는 중도층 67.5%가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비판했다. 긍정평가는 27.7%였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조) 선대위에서 전략본부를 맡은 민형배 의원(경선캠프에서 전략기획위원장 역임)은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선택적 차별화'라는 말을 쓰면서 문재인정부와 차별화를 꾀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후보의 행보에 대해 '우클릭'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후보 측은 이 후보가 공정과 기득권 타파를 함께 주창했다는 점에서 일방적 성장주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공정성장을 주창한 데서 드러나듯 공정의 철학은 유지하되 성장의 해법을 더 강조하겠다는 것"이라며 "이재명표 성장은 기업 중심이 아니라 혁신을 기반으로 경제적 비효율성을 제거하면서 성장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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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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