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조선업 종사자들의 임금이 오히려 5.3% 증가했다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제도 시행 이후 조선업 등에서 임금이 큰 폭으로 감소해 이직이 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다만, 노동계에서는 하청 인력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조선업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통계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조선업이 약 80% 비중을 차지하는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을 대상으로 주52시간제 시행 이후의 임금과 초과 근로시간, 초과급여 등 변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주52시간제는 근로기준법상 법정 근로시간인 1주 40시간에 연장 근로시간 12시간을 넘지 못하게 하는 제도로 현재 5~299인 사업장에 적용 중이다.
분석 결과를 보면,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의 5~299인 사업장 상용직 임금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올해 상반기 2.6%, 올해 7~8월 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에는 모든 산업(3.6%) 및 제조업(4.2%) 평균보다 낮지만, 7~8월은 전 산업(3.8%) 및 제조업(4.5%)보다 높았다.
규모별로는 50~299인 사업장 중 100~299인 사업장의 상용직 임금이 상반기 4.4%, 7~8월 6.4% 늘었다. 5~29인 사업장 중 5~9인 사업장은 각각 5.1%, 6.4% 증가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조선업을 포함한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에서 주52시간제 때문에 임금이 감소해 부업과 이직이 증가하고 숙련공이 떠난다는 기존의 일부 지적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초과 근로시간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의 5~299인 사업장 상용직의 경우 월평균 초과 근로시간이 지난해 상반기 25.2시간에서 올해 상반기 19.0시간으로 6.2시간 감소했다.
7~8월의 경우 지난해는 20.4시간인 반면 올해는 17.7시간으로 2.7시간 줄었다.
특히 주52시간제는 1주 최대 12시간까지, 1개월 기준으로는 52.1시간까지 초과 근로가 가능한데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의 초과 근로시간은 절반 이하에 그쳤다는 것이 고용부의 설명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조선업의 초과 근로시간이 주52시간제에서 허용되는 시간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며 "주52시간제 때문에 초과 근로를 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는 일부의 비판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월평균 초과급여는 전년과 비교해 올해 상반기 12만9000원, 7~8월 6만5000원 감소했다.
다만 "초과급여는 초과 근로시간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초과 근로시간 자체가 주52시간제에서 허용되는 최대 시간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나 초과급여 변화의 원인을 주52시간제에서 찾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조선업과 이들 업종의 부품을 생산하는 뿌리기업 등에서는 근로자 임금이 크게 감소해 부업이나 이직이 증가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용부의 이번 조사는 이 같은 견해를 반박하기 위해 진행됐다.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임금이 감소해 노동자들의 이직이 증가했고 조선업 호황에도 대응할 인력이 없어졌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박종필 근로감독정책단장은 "통계 분석의 결과는 그동안 일부에서 얘기하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며 "다만 개별 기업에서는 일부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분명히 있는 만큼 정부 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고용부 조사결과에 대해 "조선업의 인력 부족은 구조적인 문제로 52시간제 때문에 임금이 줄어 조선업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됐다"면서도 "그러나 하청인력이 조선업에는 매우 많은데, 이런 수치가 반영되지 않는 등 통계의 허점이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이어 "조선업 전체에 임금상승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극심한 조선업 불황기였던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아직도 당시의 임금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10일 조선업이 약 80% 비중을 차지하는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을 대상으로 주52시간제 시행 이후의 임금과 초과 근로시간, 초과급여 등 변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조선업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