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 둘러싼 김종인 의도는?…"특유의 메시지로 윤석열 압박"

'파리떼'·'자리사냥꾼' 규정으로 인적쇄신 명분 축적…"김종인에 찍히기 싫다" 두려움도

입력 : 2021-11-14 오후 4:10:05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15년 전에 설치던 사람들", "파리떼를 제대로 정리 못하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 것", "자리 사냥꾼을 잘 선별하지 못하면 대통령이 된다 해도 많은 문제", "사람에 너무나 집착할 것 같으면 성공 못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거친 표현들을 쏟아내며 윤석열 후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윤 후보를 도왔던 경선 캠프 인사들에 대한 인적쇄신의 당위성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자신의 총괄 선대위원장 등극과 선대위 전면 개편이라는 1차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13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파리떼'와 '자리 사냥꾼', '사람 집착'이라는 강한 표현들까지 쓰며 윤석열 후보 측근들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준석 대표가 인정하듯 김 전 위원장은 메시지 싸움에 특히 강하다. 언론이 무엇에 집중하는지 그 특성을 잘 알기 때문에 언론을 통해 상대를 한순간에 '파리떼' 또는 '자리 사냥꾼'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이는 곧 자신의 인적쇄신 행위에 대한 명분이 된다. 전권을 달라고 한 적 없다면서도 "허수아비 노릇을 할 순 없지 않느냐"고 말해 사실상의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때로는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선대위에 불참할 수 있다는 압박도 내비친다. 고도의 전략과 전술이 내포된 공중전에 윤 후보 측은 속만 타는 상황.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14일 "김 전 위원장 말의 힘은 레토릭에 있다"며 "중요한 점은 자신은 '파리떼에 속하지 않는 사람'으로 국민들에게 이미 인식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파리떼로 규정해야 전체적인 정리 작업을 통해 개혁성을 부각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어느 캠프나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데 윤 후보 측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이 있을 것이고, 자신이 주도권을 발휘하겠다는 속내도 반영된 것 같다"고 해석했다. 
 
'파리 중의 파리 왕파리'를 놓고 윤 후보 경선 캠프 내에서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김 전 위원장을 과거에 비판한 적이 있거나 악연으로 얽혀 있는 전현직 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캠프 좌장인 주호영 의원은 4·7 재보선 승리 직후 "다시 모시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고, 윤 후보 측근으로 분류되는 장제원 의원은 "노욕에 찬 정치 기술자, 희대의 거간꾼"이라며 김 전 위원장을 저격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의 성정상 관계가 한 번 틀어진 인사와는 다시는 손발을 맞추지 않는다는 시각이 대다수다. 특히 홍준표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관계는 이미 회복 불가능하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홍 후보는 과거부터 '80 넘은 할배', '심술', '뜨네기' 등이라며 그를 비판해왔고 복당이 불허되자 동화은행 뇌물사건까지 꺼내들었다. 안 후보 역시 '차르', '낡은 리더십', '상왕' 등의 날선 비난으로 김 전 위원장과 맞섰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 등에서 홍 의원을 향한 2030의 지지와 안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에 매우 부정적 입장을 취하며 거리를 뒀다. 
 
이에 윤 후보 측 인사들은 자신의 실명을 내걸고 김 전 위원장을 비판하는 것을 매우 꺼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부는 "언제, 어떤 직함으로 올 지 모르는 상황에서 찍히기 싫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이른바 '김종인 비토' 효과다. 이에 대해 윤 후보 측은 "이준석 대표와 김 전 위원장도 본인의 뜻이 있고, 후보도 마찬가지"라며 "의견을 잘 조율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13일 윤 후보 측 공신들의 내부 반발과 원팀 과제, 야권 후보 단일화 등 수많은 과제 앞에서도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주장하는 배경에는 정권교체에 대한 높은 국민 열망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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