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지난 8월 가석방 이후 첫 해외 방문지로 미국·캐나다를 선택했다. 반도체 파운드리·인공지능(AI) 등 삼성의 미래와 직결한 현안을 챙기기 위한 행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김포국제공항에서 전세기를 이용해 캐나다로 출국했다. 이 부회장은 첫 방문지인 캐나다에서는 토론토에 있는 삼성전자 AI 연구센터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AI는 이 부회장이 꼽은 삼성의 주요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캐나다 방문 이후 이 부회장은 미국 파운드리 공장 추가 부지 결정을 위해 미국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가 170억달러(약 20조500억원)를 투자해 미국에 추가로 건설할 예정인 파운드리 공장 후보지로는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기존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오스틴시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북미 지역 출장길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은 8월13일 가석방 이후 처음이며 지난해 10월 베트남을 방문한 이후 13개월 만이다. 미국 출장은 2016년 7월 이후 5년 만이다.
그간 이 부회장은 가석방 이후에도 매주 목요일마다
삼성물산(028260)·제일모직 합병 의혹 및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회계 부정 재판에 참석해왔다. 특히 9월 열린 회계 부정 17차 공판은 이 부회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참여한 100번째 공판이었다.
이 부회장이 경영보다 방어권 행사에 힘을 줘야 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총수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삼성의 반도체 투자 등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파운드리 추가 건설 계획도 올해 5월 이미 공식화한 것으로 벌써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18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일정으로 인해 이번주 공판이 열리지 않고 2주간 공백이 생기면서 숨통이 트였다. 이 부회장은 이번 일정을 통해 그간 단절됐던 글로벌 파트너와의 네트워크 회복에 힘쓸 것으로 예상한다. 또 해외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사업 흐름을 조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8월 반도체·바이오·차세대 통신 분야 등에 앞으로 3년간 신규 투자 240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도체가 IT를 넘어 자동차 등 전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자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또 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산업으로 우뚝 선 바이오제약 산업에도 힘을 주기로 했다. 이번 이 부회장의 출장은 대규모 투자 발표와도 연결돼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출국 직전 이번 출장 때 파운드리 투자 관련해 결정을 내린 것이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여러 미국 파트너들을 보기로 돼 있다"고 답했다. 이어 "보스턴에도 갈 것 같다"며 제약회사 모더나 본사를 방문할 계획임을 밝혔다.
다만 최근 미국이 요청한 반도체 관련 기업정보 전달과 관련해 미국 정부 관계자와 만날 계획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