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될순 기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동종업계 내 시가총액 2위 기업에 대한 집중 매수 기조를 보이고 있다. 강한 반등세를 기대하기 힘든 현재 증시 환경에서 대장주보단 2등주의 탄력적인 반등을 기대하는 투자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매수가 집중된 일부 종목은 기관 투자자들의 상위 매수 종목에도 이름을 올리면서 추가 반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오히려 같은 기간 동안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를 2542억원, LG화학 1067억원 등을 팔아치우면 2등 주식 매수와는 상반된 투자판단을 나타내기도 했다.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매수한 2등 주식의 주가 흐름도 이달 들어 코스피 상승률을 뛰어넘으며 우상향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이달초 대비 4.2% 상승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수한 삼성SDI, 카카오, 기아도 각각 4.3%, 2.8%, 2.6% 올랐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는 0.89% 상승했다.
이 같은 외국인들의 투자 판단은 현재 3000선을 기준으로 등락하는 조정장세의 대안으로 2등주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사업구조가 단순한 회사를 고른 점도 향후 관련 업황 개선시 탄력적인 반등 흐름이 기대되는 종목을 선별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매수 차별화가 나타나는 데는 사업 부문의 차이를 꼽을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부문 하나의 사업으로 운영되는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이외의 모바일·가전 등의 사업도 영위하고 있어서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업황은 2분기부터 회복 중이며 3분기에는 반도체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이러한 반도체 사이클의 선행성을 감안했을 때 SK하이닉스의 주가는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 돼 외국인을 중심으로 수급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가전과 같은 전반적인 사업 영역을 갖고 있다”며 “반도체 업황에 대한 모멘텀(주가 상승여력)만 놓고 봤을 땐 SK하이닉스가 좀 더 주가 회복이 빠를 것으로 예상돼 매수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차전지 대장주인 LG화학과 삼성SDI 중 외국인들은 삼성SDI 매수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화재 이슈로 주가 하락세가 이어져 온 반면, 삼성SDI는 원형 전지 사용처가 확대됨에 따라 주가 흐름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어서다. 특히 삼성SDI는 미국 전기차 기업인 리비안에 원통형 배터리 셀을 공급한다는 소식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원형전지는 소형 IT 기기에 주로 채용돼 왔지만, 최근 들어 사용처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며 “전기차에 탑재되는 원형전지 비중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미국 스타트업 업체들뿐만 아니라 BMW와 현대차 등 기존 OEM(위탁생산)들도 EV(전기자동차)에 원형전지를 채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기아는 현대차 대비 실적 개선폭이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현대차가 예상치에 부합한 반면 기아는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놓은 바 있다.기아는 올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7조7528억원, 1조3270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모두 3.7%, 4.1% 상회했다. 현대자동차의 올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28조8672억원, 영업이익 1조6067억원으로 시장기대치 수준이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보다 기아의 실적이 좋았을 뿐만 아니라 성장률도 더 잘 나왔기 때문에 상대적인 평가에서 기아차의 매수세가 강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동현 리서치알음 수석연구원은 "외국인의 이달 들어 유입되는 매수세 흐름을 볼 때 탄력적인 반등이 기대되는 사업 구조가 단순한 2등주를 매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중에서 기관의 동반 매수가 집중되는 종목의 경우 주가 반등 흐름은 더욱 가세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될순 기자 willb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