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정부가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저가주택'을 겨냥하고 있지만, 늦장 행보라는 핀잔이 나온다. 저가 주택의 쏠림 현상 등 1억원 이하 아파트 '집중 매수'에 대한 풍선효과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1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는 올해 하반기 들어 일부 법인·외지인을 중심으로 업·다운계약, 명의신탁 등을 통해 저가 주택을 매집하는 정황도 포착, 집중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취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저가아파트를 매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데 따른 조치"라고 언급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약 1년 2개월간 저가아파트의 전체 거래량은 24만6000건에 달한다. 이 중 법인 약 6700개가 8.7%인 2만1000건을 매수했고, 외지인 5만9000여명이 32.7%에 달하는 8만건을 매수했다.
저가아파트 거래량 중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월 5% △5월 7% △6월 13% △7월 14% △8월 22% △9월 17% 등 전반적인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저가아파트를 여러 차례 매수했다고 해서 바로 투기수요로 판단하거나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최근 법인의 매수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이 같은 매수는 시세 차익을 위한 투기행위일 수 있어 면밀한 분석·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작년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저가아파트를 매수한 법인·외지인의 거래에 대해 자금조달계획, 매도·매수인, 거래가격 등을 종합 검토하고 이상거래를 선별하는 방법으로 실시한다.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이 전국을 대상으로 내년 1월까지 3개월간 집중적인 실거래 조사를 시행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연장 가능성도 높다.
홍남기 부총리는 "1~9월 중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저가주택의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하반기 들어서는 일부 법인·외지인을 중심으로 업·다운계약, 명의신탁 등을 통해 저가주택을 매집하는 정황도 포착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교란 행위에 대는 유형, 빈도, 파급효과를 불문하고 끝까지 추적하고, 확인될 경우 수사 의뢰 등 엄중 조치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정부가 저가 주택으로의 쏠림 현상을 예측하지 못하고 뒤늦게 정밀 조사에 나서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대출 규제나 양도세 중과 등을 하다 보니 주택 수에 들어가지 않는 60㎡ 1억 이하의 주택에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전반적으로 거래 활로가 뚫려있지 못한 상황에서의 풍선효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어떻게 보면 정부의 정밀 조사는 진작에 이뤄졌어야 했다"며 "이 같은 사태를 예측하고 불법 투기 수요를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미리 마련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1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는 올해 하반기 들어 일부 법인·외지인을 중심으로 업·다운계약, 명의신탁 등을 통해 저가 주택을 매집하는 정황도 포착, 집중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표시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