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 차기 의장으로 제롬 파월 현 의장(68)을 재지명했다. 바이든 취임 이후 일관된 정책기조를 우선 순위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의 2기 연준이 코로나19 이후 풀린 대규모 유동성과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옹호) 성향의 파월이 매파(긴축 옹호)로 선회,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지 주목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파월 의장을 연준 의장에 재지명한다고 발표했다. 파월 의장과 함께 차기 의장 후보로 거명돼온 레이얼 브레이너드(59) 연준 이사는 연준 부의장에 지명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파월 의장 유임을 결정함으로써 현 정책 기조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택했다고 풀이된다. 대체로 전임 대통령이 임명한 연준 의장을 유임시켜왔지만,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진보파는 더 강한 은행 규제와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하면서 연준 의장 교체를 주장해왔다. 파월 의장은 도널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2018년 2월 첫 임기를 시작했다.

 

 

연준 부의장으로 지목된 브레이너드는 진보적인 성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레이너드가 그간 유동성 과잉으로 인해 헤지펀드, 가상자산, 기업공개(IPO) 등이 과열돼 있다고 지적해 만큼 강력한 금융 규제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내년 2월부터 부의장직을 수행하며 은행 감독을 사실상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파월 의장과 브레이너드 이사가 저인플레이션과 물가 안정을 유지하고 완전 고용을 실현하는 데 집중해서 우리 경제를 전보다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준 인선이 물가 안정과 고용 목표 달성을 목표로 하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최저치로 떨어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6% 이상 뛰며 거의 31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면 앞으로 지지율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연준 내부에서 매파적 성향이 가속화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파월 의장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이 특히 음식, 주택, 교통 같은 필수품의 높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이들에게 타격을 준다는 걸 알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막기 위해 우리의 수단을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닛 옐런 장관도 파월 의장의 연임을 환영하며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풍토병이 되는 것을 막을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바라는 달러 강세와 장기적인 낮은 금리를 유지하는 시장은 물가상승이 장기화하지 않을 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조기 긴축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0.588% 급등하며 지난해 3월5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5년물 금리도 1.317%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2월21일 이후 최고치다. 뉴욕증시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금리에 민감한 성장주들로 구성된 나스닥 지수는 금리 상승 전망에 하락 폭을 키웠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