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가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혹평에 처했다. 정치 신인인 윤석열 후보를 보좌하기 위한 경륜 정치가 목적이라지만, 새로운 인물 수혈 없이 기존 여의도 인사들로만 채워지면서다. 당 내부에서조차 쓴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윤 후보는 25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선대위 추가 인선을 상정, 의결했다. 정책총괄본부장에 원희룡 전 제주지사, 조직총괄본부장에 주호영 의원, 직능총괄본부장에 김성태 전 의원, 미디어홍보본부장에 이준석 대표, 총괄특보단장에 권영세 의원을 확정했다. 종합지원총괄본부장은 당연직으로 권성동 사무총장이 맡게 됐다. 앞서 상임선대위원장에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과 당연직의 이준석 대표를, 후보 직속의 별도 조직인 새시대준비위원장에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선임한 데 이은 후속조치다. 선대위 원톱인 총괄선대위원장에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내정했지만 수락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들 모두 기존 여야를 대표하는 중량급 인사들이지만 여의도 한계에 갇혔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경륜 있는 이들로 하여금 안정적인 선대위를 꾸리겠다는 취지지만, 국민들이 기대하는 새로움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분출하고 있다. '반문재인 빅텐트'를 표방했지만, 간판급 인사들이 하나둘씩 내정되면서 자리 나눠 먹기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토론배틀 '나는국대다'를 통해 선발된 대변인들조차 쓴소리에 가담했다. 임승호 대변인은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활력이 넘쳐나던 신선한 엔진이 꺼져가는 느낌"이라며 "매일 선대위 명단에 오르내리는 분들의 이름이 어떤 신선함과 감동을 주고 있냐"고 반문했다. 또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기존 저희 당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물밀듯이 몰려오던 청년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것 같지는 않으신가"라고 따졌다. 신인규 상근부대변인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며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이 될지 매우 의문으로 지금 당장의 지지율만 보고 게임이 벌써 끝났다고 착각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연령층을 검토했는데 적임자를 찾다보니 이렇게 됐다"며 "선대위 조직이 한 번에 확정되는 게 아니고 계속 변경, 보완되는 유연한 조직이니 또 유능한 분들이 있으면 언론이 국민 여론을 알려주면 좋은 분들을 모시도록 하겠다"고 진화했다.
이에 대해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선거에서 감동을 주고 국민들에게 드라마틱한 요소를 주려면 예상치 못한 인물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며 "선거에 새로운 인물을 수혈한다는 것은 국민 기대를 충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데 모든 사람들이 들어오도록 캠프가 문을 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구조로는 새 인사가 들어가도 발 붙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윤 후보가 당을 장악한 것은 잘했지만, 캠프는 장악형으로 가면 안 된다"며 "누가 봐도 선대위는 책사들이 일해야 하고, 기존 여의도 사람이 아닌 새로운 사람, 젊은 층, 사회 각계계층이 들어가야 하는데 당을 장악하는 사람들이 선대위도 장악하게 해놨으니 국민들에게 새로운 정치를 한다는 이미지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2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가 '올드보이 시대의 귀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 초보인 후보를 보좌하기 위한 경륜 정치가 목적이라지만, 새로운 인물 수혈이 아직 한 명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