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한국과 미국이 전기차(EV)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기존 전세계 최대 시장으로 각광받던 중국 시장은 급격한 성장으로 소강 국면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과 미국은 내년 정부의 적극적인 친환경 정책 기조와 업체들의 잇따른 신차 출시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스(Marklines)에 따르면 내년 미국 시장에 출시되는 전기 신차는 41종으로 올해 19종 대비 2배 이상 늘어난다. 여기에는 리비안 R1T, 테슬라 사이버트럭, GM 허머 EV, 포드 F-150 라이트닝 등 '미국 전기차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픽업 트럭 EV가 포함된다. 특히 포드의 F-150는 사전 예약 대수가 15만대를 넘어섬에 따라 연간 생산능력(CAPA) 목표를 기존 4만대에서 8만대로 늘렸다. 테슬라도 연 50만대 생산이 가능한 기가텍사스를 내년 가동할 예정이다.
26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한 2021 서울모빌리티쇼 제네시스 부스 전경. 내년 출시를 앞둔 GV70 전동화 모델, GT 콘셉트카 제네시스 엑스, G80 전동화 모델, GV60 등 모든 전시 차량이 전기차로 구성됐다. 사진/제네시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빌드 백 배터(Build Back Better)' 정책을 통해 전기차 대당 인센티브를 늘리고 충전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부분도 현지 시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또 최근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대해 4500달러(약 530만원)의 추가 세제 혜택을 지급하는 법안이 통과된 것도 맥을 같이한다.
한국도 내년 전기차 보급 목표를 대폭 늘리면서 친환경차 전환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우리 정부는 내년 전기차 보급 목표를 승용차는 전년 대비 120% 늘어난 16만5000대, 화물차는 64% 늘어난 4만1000대, 버스는 100% 증가한 2000대로 각각 잡았다.
반면 중국은 신에너지 자동차 구매 보조금 제도 일몰 시점이 내년으로 다가옴에 따라 성장률이 올해 대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대당 전기차 보조금은 내년 30% 삭감되며 2023년부터는 완전 폐지를 앞두고 있다.
국가별 전기차 판매 현황도 한국과 미국의 높은 시장성을 뒷받침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올 3분기 누적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22% 급증한 175만6319대의 전기차가 팔렸다. 이는 중국 내 자동차 전체 판매량의 10%에 육박한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판매량은 7만1006대로 총 판매량에서 전기차 비중은 5.5%다. 미국 역시 올 3분기 누적 판매량은 27만2554대로 전기차 비중은 2.3%에 그쳤다. 중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미개척’ 시장인 셈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바이든 정부가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면서 내년에는 미국 전기차 시장이 유럽을 뛰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 시장 역시 높은 성장성이 기대된다"며 "중국 전기차 시장은 올해 너무 커졌기 때문에 내년에는 시장 확대 속도 자체가 반감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기차 시장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도 불구하고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마크라인스(Marklines)는 내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전년 대비 37.5% 증가한 594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