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극단으로 치닫던 국민의힘 내홍이 갈무리됐다.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 간 사상 초유의 권력투쟁이 일단락됐고, 그간 선대위 합류를 고사했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전격 수락했다.
김 전 위원장은 명실상부한 원톱으로 선대위를 이끌게 된다. 당대표의 위상을 재확인한 이 대표는 그의 든든한 우군이다. 앞서 두 사람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을 파리떼로 규정하고 치열한 싸움을 벌여왔다. 울산 담판에서 윤 후보가 이 대표에게 사실상 백기투항하면서 윤 후보 측근들은 발이 묶이게 됐다. 내심 선대위 원톱으로 올라서고자 했던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다만, 불씨는 살아있다는 평가다. 대선의 주연이 후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윤 후보가 언제까지 김종인-이준석 독주체제를 용인할지 알 수 없다. 권성동 사무총장 등 윤 후보 측근그룹들이 심기일전해 대사를 도모할 수도 있다. 때문에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5일 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장은 김종인 원톱 체제로 선대위가 운영된다. 김 전 위원장은 대통령 선거일까지 당무 전반을 조정하며 선거대책기구를 총괄하게 된다. 선대위가 공식 출범하는 오는 6일부터 여의도 당사로 출근할 예정이다.
윤석열(가운데)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을 하루 앞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리는 비공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대표의 잠행 시위가 김 전 위원장 합류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때부터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정해지면 상의를 통해 김 전 위원장을 당에 모시도록 노력하겠다"며 그의 필요성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장해왔다.
전권을 쥐게 된 것은 김 전 위원장만이 아니다. 상임선대위원장 겸 홍보미디어본부장인 이 대표도 선거운동 기획에 대한 전권을 받았다. 윤 후보는 지난 4일 "30대 당대표와 제가 대선을 치르게 된 것이 후보로서 큰 행운"이라면서 "선거운동 기획에서 전권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30대 원외 제1야당 대표인 데다, 대선 최대 승부처인 청년세대의 지지를 받는 만큼 최근의 패싱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의미였다.
사실, 처음부터 이 대표의 승리가 예견된 잠행이었다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선거에 손을 떼는 모양새는 한 마음으로 가도 모자란 선대위의 분열을 의미하기 때문에 윤 후보만 곤란해지는 것"이라며 "윤 후보가 이 대표를 만나러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이 대표 입장에선 손해날 게 없는 그림이었다"고 평가했다.
울산 담판 결과, 기존 선대위 재편도 불가피해졌다. 당장 김 전 위원장이 선호하는 '실무형 선대위'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금태섭 전 의원을 시작으로 '김종인 사단'의 합류가 예상된다. 이들이 윤 후보로부터 신임을 얻게 될 경우 권력구도 역시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
동시에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의 역할 조정도 이뤄질 전망이다. 우선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이 원톱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김병준 위원장과의 서열 관계를 확실히 했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이 그간 복수의 상임선대위원장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며 김 위원장을 강하게 비토한 것도 뇌리에 남아있다. 한 관계자는 "이준석 패싱에서 김병준 패싱으로 변화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문제는 윤 후보의 인내 한계다. 자신의 사람들이 내쳐지는 등 김종인-이준석 체제로 선대위가 흐를 경우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자칫 국민들에게 상왕의 하명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이미지를 심어줄 경우 정권을 잡는다 해도 리더십에 심각한 상처를 안고 출발하는 격이 된다.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이들의 재충돌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윤 후보 측 인사들이 당장 영향력을 유지하거나 발휘하려고 하진 않을 것"이라며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 대표에게 '춤은 너희가 춰라. 대신 표값은 우리가 받는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정권교체로 윤 후보가 당선만 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 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일대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합동 선거운동을 펼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