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서울시 구청장들이 시가 자치구에 제안한 '상권회복 특별지원상품권' 정책에 대해 예산 출처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7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가는 서울시에 대한 서울시구청장 일동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기자회견에서 "서울시가 지역상권 살리기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자치구 예산으로 생색내기보다는 전액 시비로 편성하는 성의가 수반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구청장협의회에 따르면 서울시가 재원으로 언급한 '특별조정교부금'은 본래 자치구 예산이다. 서울시는 분배 역할만 하고 예산은 자치구별 현안 사업 추진에 쓰여왔다.
예산 출처도 문제지만 허술한 계획이 문제라는 점도 지적했다. 서울시는 상품권 발행을 제안하면서도 자치구별로 손실 규모가 큰 '1/3 행정동'에 한정한다고 규정했다.
동별 손실 평균과 관계없이 당장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차별하게 돼 결과적으로 주민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서울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창근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초 계획은 매출 감소, 공실률 증가 등 자치구 특성을 감안한 특별피해지역 선정을 위해 그러했으나, 특별피해지역 선정 기준 등에 어려움이 있어 자치구 전체 행정동으로 사용처를 확대했다"며 "지난 2일 각 자치구에 공문 발송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사실을 모를리 없는 구청장들이 계속해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며 '권위주의 행정, 군사독재 시절 민간인 사찰' 등과 같은 과격한 언행으로 비판하는 것은 선거를 앞둔 과잉 정치행위라고 해석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이성 구청장협의회장은 "서울시가 3분의1 이하 동에서 발행하는 건 이미 철회했는데 기자회견문에 넣었냐고 빼달라고 항의했다"며 "서울시는 해결했다고 하지만 자치구 입장에서는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3분의1 이하 동을 전동으로 하기 위해서 예산을 두 배로 늘렸고, 모두 특별교부금"이라며 "특별교부금을 두 배로 늘려 자치구에 내려주면서 전동에 발행하라고 하기 때문에 자치구가 서울시에서 받을 수 있는 특별조정교부금이 없어졌고, 특별조정교부금을 받아서 하려던 사업들 모두 무산됐다"고 덧붙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월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통합상황실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자치구 구청장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