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국내 정유 업계 실적 상승세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사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이 폭락하면서 4분기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에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첫 주 주간 주간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3.3달러를 기록해 올해 최고점을 기록한 지난 10월 넷째 주 8달러 대비 58.8% 하락했다.
미 캔자스주 오클리 남쪽 들판에서 작동을 멈춘 오일 펌프 잭이 석양을 배경으로 실루엣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유사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생산비용을 뺀 금액)은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며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던 정제마진은 올해 백신 접종 보급 확대에 따라 차츰 상승 곡선을 타며 4월 3.2달러까지 올랐다. 정제마진은 통상 배럴당 4~5달러 수준이 돼야 수익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된 6월 들어 다시 1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시 재유행 여파가 줄고 위드 코로나 기조가 확산하면서 8월 3달러 선에 진입, 9월 5달러 선을 돌파해 10월 마지막 주에는 8달러 선까지 올랐지만,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쇼크에 3달러 선으로 주저 앉았다.
올해 정유업계는 코로나19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고 연간 흑자 달성에 매진해왔다. 지난해 정유4사의 합산 영업손실 합계는 5조979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 적자를 시현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이동제한이 확산되면서 국제유가가 바닥을 친 상황에 재고평가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더해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겹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라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확대되고 국제 유가 상승 및 정제마진 반등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3분기 기준으로
SK이노베이션(096770)과 에쓰오일(#S-OIL)의 영업이익은 각각 6185억원, 54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GS칼텍스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3.9% 오른 3979억원, 현대오일뱅크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392% 증가한 1731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 상승세가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업황 정상화에 따른 기대감도 잠시 4분기 실적 상승세가 일부 꺽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석유제품 추가 수출 쿼터량 확대 영향도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졌다"면서 "델타 바이러스 확산 때도 조정 국면이 있었던 것처럼 정제마진이 다시 하락하고 있어서 수익성에 일부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업황 정상화에 다소 제동이 걸렸다 해도 수요 개선 흐름은 꾸준히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오미크론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 만큼 지난해와 같은 충격이 재발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바이러스 재확산에 따라 정제마진은 단기 조정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미국 휘발유 재고는 최근 4년 최저치까지 줄어들었고 싱가폴과 유럽 등 주요 지역 재고도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정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오미크론 바이러스 공포가 일부 상쇄되면서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월 인도분은 배럴당 69.49달러로 3.23달러(4.9%) 5% 가까이 뛰었다. 6일(현지시간) 뉴욕 3대 증시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