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세계 곳곳에서 독재 정권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9일(현지시간)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우려스러운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나설 투사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미국의 주도적 역할과 함께 다른 국가들의 협력을 요청한 것이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외부 독재자들은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그들의 힘을 키우고 억압적 정책을 정당화하려 한다"고 했다.
이번 회의는 미국의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선언 이후 서방의 동참 국가가 늘어나는 등 미·중 갈등이 커졌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 탓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에 초강경 압박을 이어가는 와중에 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0년 트럼프 정권 당시 벌어진 1·6 의사당 난동사태 등 미국 내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비판을 염두에 둔 듯 "미국 민주주의는 최고의 이상에 부응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회의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중국의 공격성에 우려를 표시하며 자유와 민주주의, 법치 훼손, 인권 탄압에 집단적으로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러시아의 태도를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회의 참석 후 트위터에 "민주주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싸워서 얻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초청 대상에서 배제된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회의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중국은 지난 4일 자체 민주주의 백서를 발간하고 120여 개 국가나 지역에서 참석한 맞불성 국제포럼 행사를 개최할 정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이 국제법에 뿌리를 둔 세계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며 “이번 회의는 새로운 형태의 차별”이라고 비난했다. 양국의 주미 대사는 지난달 말 한 공동 기고문에서 이 회의가 "전형적인 냉전적 사고"라며 미국을 향해 대립과 선동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