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을 채무불이행 그룹으로 공식 분류했다. 헝다그룹은 현재 정기적으로 돌아오는 채권 이자를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나 세계 증시가 헝다의 디폴트 소식 이후 큰 충격을 받지 않은데 비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급락했다.
9일(현지시간) 피치는 헝다 그룹과 계열사인 헝다리얼이스테이트 그룹, 텐지 홀딩 신용등급을 C에서 RD(제한적 디폴트·Restricted Default)로 강등했다.
피치는 “헝다가 8250만 달러(약 976억원)의 채권 이자 지급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피치는 파산 신청 같은 회수 절차가 개시되지 않고 해당 회사가 아직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제한적 디폴트'로 정의하고 있다.
헝다가 국제사회에서 헝다의 디폴트 상태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헝다는 지난 6일까지 반드시 지급했어야 할 채권 이자를 내지 못하면서 실질적인 디폴트 상태에 빠진 상태였지만 헝다와 채권 보유인,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공식적으로 디폴트 선언을 하지 않았다.
중국 남부 선전(深?)에 있는 중국 부동산개발회사 헝다(에버그란데) 그룹 본사 앞. 사진/뉴시스
피치는 중국의 또 다른 부동산업체 자자오예의 신용등급도 '제한적 디폴트(RD)'로 강등했다. 자자오예 역시 역외 채권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자자오예는 중국 내 25번째 규모이지만, 헝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달러 채권을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채권단의 자문기관과 조만간 비밀유지계약을 맺고 채무조정 논의를 시작한다.
중국 부동산 업체들의 악재가 쏟아지면서 암호화폐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5.10% 급락해 4만7608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더리움은 7.01%, 솔라나가 6.1%, 에이다가 7.18%, 폴카닷은 9.41% 등으로 하락했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인 코인데스크는 “피치가 헝다 그룹의 신용 등급을 강등함으로써 국제 금융시장에 충격이 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주식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헝다가 공식 디폴트로 알려진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다소 잠잠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06포인트(0.0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3.76포인트(0.7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69.62포인트(1.71%) 하락했다.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가장 극심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만큼 악재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헝다그룹의 디폴트 위기 소식이 처음 전해진 지난 9월에도 대표적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7% 이상 급락했다. 이더리움과 도지코인 등 알토코인(비트코인 외 암호화폐)들도 10% 가량 떨어졌다. 같은 달 두번째 디폴트 위기를 맞은 날에도 마찬가지였다.
폭을 키웠던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소폭 반등 한 후 횡보세를 보이고 있는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