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민주당이 지방의원들에게 이재명 대선후보를 홍보하는 게시물을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업로드하게 하고 게시물 숫자를 일일이 확인하는 등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은 대선 선거운동의 일환이다고 해명했지만, 지방의원들 입장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에 대한 압박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뉴스토마토>가 민주당 복수 관계자들로부터 확보한 문서와 증언에 따르면 지난 12일 선거대책위원회는 종합상황실무회의를 열고 11월16일부터 12월11일까지 4주간 지방의원들의 SNS 활동내용을 파악, 그 결과를 공지했다. 지방의원들이 어떤 SNS를 주로 사용하는지, 팔로워 숫자는 몇 명인지, 지금까지 게시글은 몇 개이고, 그 가운데 이 후보를 언급한 게시물은 몇 건인지 등이다. 이날 기준 민주당 지방의원(광역+기초)은 2203명이다.
회의에선 지방의원들의 SNS 활동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서울시 OO구 지방의원들의 SNS 활동내용을 분석한 문서에 따르면 13명의 지방의원들 중 4주간 이 후보를 언급한 게시물은 하나도 없었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회의 때 '이런 실적이 지방의원들 활동의 현실'이라며 개탄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문서를 받아든 쪽은 "당초 수요일 조직 상황회의 때 지방의원들의 연말연시 활동 계획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지방의원들의 오프라인 활동과 함께 온라인 활동 방안도 함께 검토해 달라는 중앙당의 당부가 있었다"고 전했다.
13일 <뉴스토마토>가 민주당 복수 관계자로부터 확보한 문서와 증언에 따르면, 지난 12일 선거대책위원회는 종합상황실무회의를 열고 11월16일부터 12월11일까지 4주간 지방의원들의 SNS 활동내용을 파악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선대위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일부 선대위 관계자들과 지방의원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우선 선대위가 '현장 중심의 선거운동' 중요성을 여전히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는 우려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지방의원들이야말로 동네별로 바닥민심을 훑으며 대선 승리를 위해 뛰어야 하는 이들인데, SNS에서 이 후보 게시물을 몇 건 업로드 했느냐로 '일을 잘 했다, 못했다' 따지는 건 그야말로 보여주기식 운동"이라며 "후보도 현장을 중시해 주말마다 지방을 다니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능동적이고 자발적이 되어야 할 선거운동이 자칫 수동적, 계량적으로 흐를 소지가 있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중앙당 차원의 SNS 현황 파악이 자칫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에 대한 협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의 한 지방의원은 "가뜩이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협위원장인 현역 국회의원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SNS 실적은 공천권을 미끼로 한 '군기 잡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 측은 "연말연시 이 후보 홍보를 독려하기 위한 차원에서 일부 데이터를 뽑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