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해외투자 한도를 늘려달라던 생명보험사들이 외화유가증권 규모를 오히려 줄이고 나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금리와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공격적인 해외투자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생보사 외화유가증권 금액은 103조6622억원으로 전년 동월 107조9333억원 대비 3.9% 감소했다. 전체 유가증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8.3%에서 17.3%로 1.0%p 하락했다.
하나생명 외화유가증권 금액 감소폭이 가장 컸다. 1174억에서 841억원으로 28.3% 쪼그라들었다.
한화생명(088350)은 23조5847억원에서 17조4834억원으로 25.9% 급감했다. 흥국생명은 13.1% 줄어든 3조1915억원을 기록했다. 교보생명은 20조6421억원에서 18조3852억원으로 10.9% 낮아졌다. 이어 농협생명 10.7%, 라이나생명 4.9%, ABL생명 3.1% 등의 순으로 감소폭을 보였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생보사들은 앞서 해외투자 한도를 늘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한정된 국내 장기채 투자만으로는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사들의 저조한 투자 수익률은 이차역마진을 확대하고, 2023년 도입될 새국제회계기준(IFRS17) 체제에서도 자본 부담요소로 작용한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5월 보험사 해외투자를 총 자산의 30%(일반계정 기준)에서 50%까지 늘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과하고,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했다.
해외투자 한도 완화에도 생보사 외화유가증권 금액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건 코로나 영향이 크다. 코로나 장기화로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올라가면서 과거보다 해외투자 메리트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환헤지 비용까지 고려하면 안정적인 원화 장기채 중심의 매입을 통한 듀레이션 관리가 적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가 저금리일때는 해외채권을 늘리며 어떻게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했었다"며 "하지만 최근 국내 금리도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변동 리스크와 환헤지 비용까지 고려하면 해외투자에 대한 메리트가 적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러 생보사들이 자체적인 손익을 고려해 해외 채권을 팔아 이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면서 "안정적인 자산운용으로 방향을 돌리면서 리스크가 있는 해외투자 규모를 줄이는 전략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