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3달러까지 떨어졌던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보름 만에 5달러대로 급반등하면서 정유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 GS칼텍스, 에쓰오일(
S-Oil(010950)),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와 원유가 급락 상황에서 합산 5조원대 적자를 내며 고군분투한 바 있다. 반면 올해 들어서는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정제마진 상승으로 4분기 실적에도 '청신호'가 켜진 모양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달 넷째주 배럴당 3.0달러로 떨어진 뒤 월말에도 3.3달러에 그치는 등 2주 연속 손익분기점을 밑돌다가 이달 들어 2주만에 배럴당 5.4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상승세로 반전된 모습이다. 둘째주 후반에는 배럴당 9.8에 도달하기도 했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수입한 후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 제품을 만들어 팔 때, 얼마만큼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통상적으로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정제마진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한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마진조정은 실적 호전에 따른 아시아 설비의 가동률 상승과 이에 따른 물량 출회 때문"이라며 "정제마진의 강한 반등은 아시아 설비의 가동률 상승을 개선된 수요가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고 이는 곧 내년 실적 추정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SK이노베이션 울산컴플렉스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정제마진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정유사들의 연간 실적 전망도 밝아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 한 해 연간 2조3659억원, 에쓰오일은 2조44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는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각각 1조5000억원, 1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4사의 영업이익을 합산하면 약 7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들은 지난해 합산 기준 5조원 규모의 적자를 낸 바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최근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정제마진이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유가는 석유의 수요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지만 정제마진은 석유 제품의 수요 공급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데 지금 경기 회복에 따라서 석유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가기간산업이라 할 수 있는 정유산업, 특히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같은 정유 4사의 경우에는 유가보다는 정제마진에 희비가 갈리기 때문에 이번에 실적이 상당한 부분 개선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원유 공급은 수요에 비해 증가세가 더딘 모습이다. OPEC와 OPEC+는 지난 3일 내년 1월에도 석유 생산량을 하루 40만 배럴 증산하는 기존 방침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