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삼성의 TSMC 추격, "생산력과 인력양성에 달려"

<뉴스토마토> 반도체 전문가 4인 인터뷰
전문가들, 삼성 2030년 1위 목표 "현실적으로 어려워"
"선택과 집중, 특화된 조직, 정부 지원과 외교력 중요" 지적

입력 : 2021-12-17 오전 6:00:18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앞으로 삼성전자(005930)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 대만의 TSMC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3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 양산과 함께 생산능력(캐파)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전문인력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삼성이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의 경우 현실적으로 달성이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16일 <뉴스토마토>가 반도체 분야 전문가 4인을 대상으로 내년과 그 이후 반도체 시장 전망 관련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이들은 현실적으로 삼성이 단기간내에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들은 삼성이 TSMC를 압도할만한 기술력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봤다. 전 세계에서 10나노 미만의 초미세 공정을 상용화한 업체는 삼성전자와 TSMC뿐이다. 파운드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양사의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지만, TSMC는 일찍이 5나노 등 초미세공정에서 영향력을 지속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당장 삼성이 3나노 공정 양산을 내년 상반기 돌입하겠다고 밝혔지만, TSMC 역시 비슷한 시기에 맞춰 양산에 들어갈 태세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구선정 디자이너
 
실제 TSMC는 이날 고성능 컴퓨팅용 5나노 공정인 'N4X 공정' 기술을 발표했다. 이는 기존 5나노(N5)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공정이다. N4X는 기존 N5보다 1.2볼트에서 최대 15% 빠르다. 또 최대 4% 향상된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TSMC가 삼성의 IBM 'VT 펫(FET)' 아키텍처 공개 다음날 해당 기술을 발표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기술력에서 오히려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는 인상을 시장에 확실히 심겨주겠다는 의지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기술력과 함께 생산능력을 강조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현재 삼성의 파운드리 생산능력은 TSMC의 3분의 1수준"이라며 "파운드리는 생산 규모의 싸움이지만 10년 내에 생산설비를 3배로 늘리는 게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또 삼성의 시스템반도체 2030년 1위 목표는 상징적 의미로서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반도체 업황 자체가 불확실성이 높은데다, 삼성이 움직이는 만큼 TSMC를 비롯한 다른 업체들도 충분히 투자와 생산라인 증설에 임할 것이어서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삼성이 1위에 오르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며 "시스템반도체 종류가 워낙 많으니 분야별로 나눠 선택과 집중에 나서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삼성의 이미지 센서는 소니와 견줄 정도로 기술력이 높고, 파운드리도 3나노와 5나노 등을 놓고 TSMC 경쟁하고 있다"며 "시스템 반도체에서 주력할 만한 제품에 대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기현 전무는 "반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생산 캐파를 늘리기 위해 삼성전자뿐 아니라 정부의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가 미중갈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많은 영향을 받는 만큼 이른바 정부의 외교력과 투자지원이 적절히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TSMC 전경. 사진/TSMC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 양산을 차질 없이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재 10나노 이하 미세공정을 도입한 업체는 삼성전자와 TSMC뿐"이라며 "삼성이 TSMC보다 먼저 3나노 공정을 도입해 수율을 끌어올린다면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하고 시장 영향력을 키우는데 긍정적일 것"이라고 점쳤다.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확대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와 특화된 조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반도체 수요 산업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고 미국을 중심으로 파운드리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이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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