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경력 논란에 사과했지만 김씨 경력 검증작업은 쉽사리 그치질 않고 있다. 특히 조국 사태를 촉발한 표창장 위조와 비례해, 김씨의 재직증명서 진위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윤 후보는 지난 17일 "아내와 관련된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자체만으로도 제가 강조한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과거 가졌던 일관된 원칙과 잣대, 저와 가족, 제 주변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며 "더 낮은 자세로 국민께 다가가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시 영등포구 당사에서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씨는 다섯 차례의 대학 시간강사·겸임교원에 지원하며 경력과 수상 이력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특히 2007년 수원여대에 겸임교원으로 지원하며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이사로 근무한 경력을 기재했다. 2004년 6월 설립된 게임산업협회에서 2002년 3월부터 2005년 3월까지 재직했다며 근무기간 3년1개월의 재직증명서도 첨부했다. 그러나 당시 협회에서 일했던 사람들 모두 김씨를 모른다고 하자, 윤 후보는 비상근 이사였다고 맞섰다. 또 협회로부터 발급받은 재직증명서를 반론의 근거로 제시했다. 윤 후보 말을 다 인정해도 협회 설립 이후로 경력을 다시 계산하면 그 기간은 1년이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대학계에서는 겸임교원 채용 조건인 3년을 채워 넣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으로 봤다. 박중렬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2019년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겸임교원 자격 3년'을 넣기 전부터 교육부 등에서는 겸임교원 자격으로 (원소속기관·유사경력)3년을 대학에 지침으로 내려보냈다"며 "김씨가 그 기준이 아니라면 굳이 3년1개월을 넣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 후보 사과에 대해서도 "사태 본질에 대한 대안이 없는 두루뭉실한 겉핧기식 사과"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김씨 관련 허위이력을 총 18건으로 보고 이에 대한 검증작업을 마무리 중에 있다. 특히 재직증명서 진위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문서 위조로 최종 드러날 경우 위조된 표창장을 찾기 위해 검찰력을 총동원했던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공정' 가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비슷한 시기 문체부에 보낸 협회 공문과 비교할 때 문서 양식과 직인이 확연하게 다른 점 등 정황증거는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에 의해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과와 별개로 자체적인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사실관계 확인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양수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오래된 일이고 일일이 다 사실관계 확인이 쉽지 않다"며 "너무 시간이 걸리겠고 그때까고 기다렸다가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다는 판단에 확인이 됐든 안 됐든 현 상황을 초래한 것에 대해 사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선대위 관계자도 "증명할 서류 등도 남아있지 않아 후보 배우자 기억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민의힘은 오히려 김씨에 제기된 허위경력 의혹 대부분이 '가짜뉴스'라며 역공까지 펴고 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한국게임산업협회 정부 제출 문서와 김건희씨 재직증명서. 사진/김의겸 의원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