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른바 '제3지대' 후보들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에게까지 밀리는 등 당초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다. 이에 각 후보들은 최저소득 월 100만원 지급, 당선시 2년 뒤 퇴임을 약속하는 등 파격적 공약을 내세워 주목도를 끌어올리려 애쓰고 있다.
다자대결 여론조사 문항에 허경영 후보를 넣어 실시하는 경우는 아직 드물다. 허 후보가 포함된 결과만으로 압축하면, 지난 15~16일 여론조사기관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허 후보는 지지율 4.6%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41.3%)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39.3%)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3.8%)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2.9%)보다 앞섰다.
지난달 25일 여론조사기관 '아시아리서치앤컨설팅'이 전국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허 후보는 4.7%의 지지를 얻어 윤 후보(45.5%)와 이 후보(37.2%)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심 후보는 3.5%, 안 후보는 2.3%에 그쳤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명도 등 이름값만 따지면 심 후보는 진보진영의 대표주자이며, '새정치'를 말해왔던 안 후보는 3지대를 상징하는 인사다. 여기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새로운물결 후보로 대선에 합류했다. 그런데 정작 허 후보가 이들 모두 제치는 파란이 연출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이재명, 윤석열 후보에 대한 강한 비호감과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허황된 허 후보에게 지지를 보내는 웃지 못할 현실로 비화됐다고 해석했다.
허 후보를 대선 TV토론회에서 볼 수도 있다. 공직선거법 82조의2 제4항에 따르면 언론기관이 선거기간 개시일(내년 2월15일) 이전 30일부터 선거기간 개시일 전일까지 실시·공표한 여론조사들에서 평균 지지율 5% 이상을 기록한 후보자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정한 대담·토론회에 참석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에 따르면 여기서 언론기관이란 지상파·보도전문채널·전국 일반신문으로 한정한다.
제3지대의 부진은 이번 대선이 여야 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접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진영논리가 심회된 데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19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조국 사태 등으로 진영 정치가 극대화하고 있다"며 "여권과 야권, 보수와 진보의 싸움만 있을 뿐 제3지대가 낄 자리가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지난해 12월 국민의당이 국민의힘과 단일화 협상 중 서울시 연립정부 가능성을 내비친 때부터 제3지대는 사실상 종식한 것"이라며 "국민의당이 몰락하면서 제3지대를 향한 민심까지도 떠나버렸다"고 평가했다.
존재감을 잃은 3지대는 최근 파격적이고 차별화된 공약들을 내놓으며 냉담해진 유권자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심 후보는 16일 모든 시민에게 최저소득 월 100만원을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소득공약을 발표했다. 최상위와 최하위 두 집단 간 14배에 이르는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주4일제 공약은 이미 대표공약이 됐다. 양비론 접근을 통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17일 초격차 과학기술 5개 이상을 확보해 주요 5개국(G5)에 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고, 16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민통합 차원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형 집행정지를 요청했다. 김 후보는 4년 중임의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등이 담긴 정치개혁 공약을 발표하고 20대 대통령 임기를 2년으로 줄여 2024년에 총선과 대선을 같이 치르겠다고 약속했다. 세 사람은 또 정책 공조에 있어서도 그 필요성을 인정, 뜻을 같이 하고 있다.
김동연(왼쪽부터) 새로운물결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지난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타트업 미래의숲 1차포럼 '위기의 대학, 공유경제를 만나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