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후년 신입생 모집을 막겠다고 나섰다.
18일 시교육청과 학교 측에 따르면, 지난 14일 학교보건진흥원에서 서울실용음악고 행정처분 관련 청문이 열렸다.
해당 청문은 시교육청이 서울실용음악고의 오는 2023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정지하려는 목적으로 진행한 절차다. 당초 지난 10월에는 2022학년도 신입생 모집에 대한 제재를 염두에 두고 모집 절차를 연기하라고 요청했으나 학교가 거부한 바 있다. 혼란을 피하기 위해 2022학년도 신입생 모집은 건드리지 않고 2023학년도 전형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논리다.
앞서 2019년 시교육청은 서울실용음악고의 조직, 인사, 예산 등 업무전반을 감사했고 지난해 종합시정명령 14건을 내렸다. 시교육청은 14건 중 11건이 여태까지 지켜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종합시정명령에서 시교육청이 가장 문제를 삼는 항목은 미인가 시설을 사용해 학생 정원을 늘린 것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실용음악고 설립자인 장학일 예수마을교회 목사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재단 소유인 예수마을교회 건물을 매입하는 절차를 따로 거치지 않고 학생 수업을 진행했다. 또 '뮤직서울'이라는 본인 소유의 근린생활시설 건물을 교육용으로 용도 변경하지 않고 수업을 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은 교회 건물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고, 재단에서도 교회 건물을 학생이 사용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뮤직서울은 연습실이 굉장히 밀접하고 조밀하게 붙어있고 비상구도 없어 화재에 취약한 상황"이라면서 "용도 변경에 들어가는 수천만원과 변경 소요 시간을 아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서울실용음악고는 학력이 인정되는데다 수강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며 "미인가 시설에서 수업하는 것은 여타 예체능 학교에 비해 특혜일 뿐더러, 학원으로 갈 수도 있었을 학생이 서울실용음악고로 추가적으로 더 유입되는 공적인 문제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학교 측은 시교육청의 행정처분이 너무 급하다는 입장으로, 신입생 모집 정지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연구 서울실용음악고 교장은 "종합시정명령 11건 중 1건은 이번달에 이행할 것이고, 7건은 소송 중이고 3건은 이미 이행을 했는지에 대해서 양측이 이견이 있는 것"이라면서 "따라서 곧 나올 행정소송 결과를 기다려달라고 했으나 교육청이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교육청은 행정소송법에 있는 '취소소송의 제기는 처분등의 효력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에 영향을 주지 아니한다'는 구절을 들어 행정소송과 별개로 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청이 행정처분을 끝내 실시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뉴스토마토> 질의에 이 교장은 "교육청이 조치를 취했는데 우리가 법적인 (행동을) 강행하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가 호소했는데 교육청과 조율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법에 호소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실용음악고는 오는 22일까지 청문 조서 내용을 열람하고 정정할 수 있다. 설립자 일가가 감사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 1심 결과 선고는 2022년 1월28일로 예정돼있다.
서울실용음악고는 가수 지코 및 밴드 혁오의 임현제·이인우 등을 배출한 인가 대안학교로 학력이 인정된다. 2019년에는 회계 부정 의혹 등이 제기돼 시교육청이 수사 의뢰하고 학교 내부 직원과 학부모가 고발한 바 있다. 이후 학교 측 관계자들의 횡령·사기·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는 지난 8월26일 불기소 처분됐다.
지난 7일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 모습.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