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이낙연 전 대표와 '국가비전과통합위원회(국가비전위)'를 만들고 공동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또 향후 지역 유세도 함께 하기로 했다.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뒤로 하고 4기 민주정부 수립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준석발 선대위 내홍이 한층 더 격화되면서 분열로 치닫는 모양새다. 윤석열 후보마저 잇단 설화에 휩싸이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는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오찬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2일 선대위 출범식 후 51일 만이다. 그간 이 전 대표는 이 후보의 직접 지원에 나서지 않아 그 배경을 놓고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특히 이 후보가 이 전 대표 고향인 전남 영광을 방문하면서 동행을 요청했지만 이 전 대표 측에서 일정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면서, 갈등이 아직 봉합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두 사람의 만남 소식에 양측 지지자들이 회동 장소 앞에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더 이상의 불협화음은 없을 전망이다. 이 전 대표는 경선 패배 이후 전국을 돌며 상처난 지지자들의 마음을 달래는 데 주력했다. 또 정권재창출의 대의를 위해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이 후보로서도 당장 호남에서부터의 절대적 지지가 필요한 상황으로, 아직 마음을 열지 않고 있는 강성 친문 등의 결합도 내심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 후보는 회동을 마친 뒤 "이 전 대표가 지금도 민주당 승리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해주시고 계시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중요한 유세에 직접 참여해 4기 민주정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밀했다. 이 후보는 말을 마친 뒤 이 전 대표를 향해 예의를 갖춰 인사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전 대표도 "국가비전위를 만들어서 활동하며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이 후보와 함께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당 선대위 내에 국가비전위를 만들고 공동위원장으로서 정권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이 후보 비서실장인 오영훈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와 이 전 대표는 내년 20대 대선에서 국민의 재신임을 얻어 4기 민주정부를 창출하는 데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며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미의 삶을 개선하고 대한민국을 선진복지 강국으로 구현하기 위한 국가비전위를 만들고 두 사람이 공동위원장을 맡기로 했다"고 전했다.
국가비전위는 앞으로 코로나19 극복 방안과 양극화 완화, 정치개혁, 평화로운 한반도를 위한 실효적 아젠다를 발굴하고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경선 당시 이낙연캠프 정무실장을 맡았던 윤영찬 의원은 "선대위에 국가 비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고 국민통합이 과제인데, 이것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전 대표라는 결론을 내리고 조직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절벽으로 내몰린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지원을 위한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들의 생계민생 보듬기에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19 손실보상 지원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게 지원 논의 시작을 촉구했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는 오는 27일 국가비전위 출범식에 나란히 서며 공동 유세에도 돌입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이낙연 전 대표가 23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오찬 회동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반면 국민의힘은 초유의 집안싸움을 벌이며 내홍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선대위 직책을 던져버린 이준석 대표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윤석열 후보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윤핵관으로 장제원 의원을 지목한 그는 여기에 그치질 않고 "선대위에서 보직을 맡은 사람들은 전면 사퇴하고 선대위의 6개 본부 체제를 해체해야 한다"며 "이걸 해체하지 않고 '윤핵관' 문제 해결에 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1일 조수진 최고위원과의 갈등 끝에 상임선대위원장 등 선대위의 모든 직책에서 사퇴했다. 이 대표가 지난 20일 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조 최고위원에게 공보 업무를 지시하자, 조 최고위원이 "내가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하나.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고 항명한 것이 사태의 발단이 됐다. 이에 이 대표는 조 최고위원의 거취 표명을 촉구했으나 이뤄지지 않자 "내가 사퇴하겠다"고 벼랑끝 전술을 펼쳤다. 같은 날 조 최고위원도 선대위 공보단장직에서 물러났지만 내홍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게 사태 해결에 따른 전권을 일임하며 내홍 봉합을 기대했지만, 호남 일정에서 계속해서 망언을 쏟아내며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윤 후보는 이날 순천에서 진행된 전남 선대위 출범식에서 80년대 민주화운동은 외국에서 수입한 이념에 사로잡힌 것으로 규정하는가 하면 "민주당에는 들어갈 수 없어 부득이 국민의힘을 선택했다"고 밝혀 또 다른 파장을 예고했다. 앞서 전날에는 전북대생들과의 간담회에서 "극빈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해 논란을 낳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광주 북구 인공지능(AI)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공사 현장 사무실에서 조인철 광주 부시장, 공사 관계자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단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