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포항·부산=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일주일에 걸친 영남 방문 일정에서 내건 키워드는 국민통합, 경제살리기, 코로나19 극복이었다. 의사와 기업가 출신의 강점을 살려 해당 분야의 해결사를 자처했지만, 과거와 달리 한 자릿수에 머무는 낮은 지지율은 그를 답답케 했다. 다만 방문현장 곳곳마다 시민들로 북적이는 등 사기 진작의 요인도 확인했다.
안 후보는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대구, 경북 포항, 부산을 차례로 돌며 지역의 밑바닥 민심을 주로 살폈다. 이번 일정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국민통합이었다. 안 후보는 첫 방문지인 대구를 찾아 상호 비방이 극심해지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를 비판하고 양당의 진영싸움이 대선이 끝나도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현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시대정신으로 첫째도, 둘째도 국민통합을 외치며 대구시민들에게 국민통합의 적임자인 자신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국민통합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형 집행정지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를 실행에 옮겨달라고 거듭 요청하기도 했다. 정부는 안 후보가 부산을 누비던 24일 박 전 대통령을 전격 사면했다. 이에 안 후보는 "의도가 의심스럽다. 가석방하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소식을 물타기하려는 것"이라며 의심한 뒤 "이 전 대통령도 형 집행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왼쪽에서 두 번째) 국민의당 후보와 김미경(왼쪽) 여사가 지난 24일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아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광연 기자
침체한 지역경제 살리기도 안 후보의 단골 메뉴였다. 안 후보는 거의 매일 지역의 대표적 전통시장을 돌며 코로나19로 무너진 상권과 상인들의 민심을 살폈다. 대구 서문시장과 칠성시장을 둘러봤고 포항 죽도시장,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아 상인회와 간담회를 열었다.
23일에는 인천에 쫓겨 제2도시의 위상마저 위협받고 있는 고향 부산의 발전을 뛰겠다고 호소했다. 고향 부산의 지역경제 재건을 위해 민간기업 유치를 비롯해 '글로벌 해양융복합 메가시티' 건설을 약속했다. 안 후보는 "부산은 해양과 대륙의 출발점이면서 종점으로, 해양과 대륙의 융복합, 해양관광과 신산업의 융복합, 물류 비즈니스와 친환경 해양도시의 융복합이 부산의 미래 비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일 확진자가 5000명 넘게 나오고 있는 코로나19 극복도 역설했다. 안 후보는 21일 방호복을 입고 대구 중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의 비인두말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3월과 4월 방호복을 입고 계명대 대구 동산병원에서 코로나19 진료 지원에 나선 것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자, 이번에도 같은 일정을 잡은 듯 보였다. 안 후보는 의사 출신이다.
안철수(왼쪽)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 21일 대구 중구보건소에서 의료봉사를 하기 이전 방호복을 입고 있다. 사진/김광연 기자
숨가쁜 일정 속에서도 들려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신통치 않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23일 발표한 대선후보 4자 가상대결 전국지표조사에서 안 후보는 2주 전보다 2%포인트 오른 6%의 지지율로 이재명 후보(35%), 윤석열 후보(29%)와 큰 격차를 보였다. 한국갤럽이 20일과 21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7.5%의 지지율에 그쳤다. 5% 안팎에 머물던 지지율이 소폭 상승했지만, 반등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결과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6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되는 것을 꺼리는 유권자 심리를 생각할 때 실제 선거 득표율은 여론조사 지지율보다 적은 경향을 보인다"며 "양당정치 폐해를 깨겠다고 했던 안 후보가 국민의힘과 연대할 때부터 제3지대 정치는 이미 끝난 것"이라고 패착을 국민의힘과의 합당 시도로 규정했다. 여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최소한 10%대에 안착해야, 역대 비호감 선거에서 제3의 대안으로 주목받을 수 있지만 70여일밖에 남지 않은 시간의 부족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지지율 부진에 대해 "2017년 대선을 앞둔 1~2월 제 지지율은 한자릿 수에 머물렀지만 3월 처음으로 두 자릿수가 됐다"며 "이때가 불과 대선 두 달 전이었고 2016년 총선 역시 마찬가지 흐름이었다"고 반등을 기대했다.
안 후보가 대선 완주 의사를 피력했지만, 양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접전을 펼치면서 후보 단일화도 대선의 변수로 등장했다. 국민의당과 합당 협상을 벌였던 국민의힘에 이어 송영길 민주당 대표까지 나서 26일 "안 후보가 윤 후보보다는 이 후보와 결합할 수 있다고 본다"며 직접 구애에 나섰다.
박 평론가는 "현재 안 후보에게는 대선을 완주하든지, 지지율을 최대로 끌어올려 윤 후보와 단일화를 하든지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그간 정권교체를 강조했던 안 후보를 생각할 때 완주보다는 단일화에 무게가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안철수(왼쪽에서 두 번째) 후보가 지난 20일 김미경(왼쪽에서 세 번째) 여사와 함께 대구 서문시장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김광연 기자
대구·포항·부산=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