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2021년을 마무리하는 12월에 우리나라의 코로나 상황은 예상보다도 더 나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위드 코로나'를 철회하고 다시 강화된 거리두기에 돌입하면서 사회 구성원들의 피로도와 고통은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불만 표시로 나타나고 있다.
오랫동안 계속되어온 의료진의 노고는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으며 방역 당국 역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방역 당국도 고충이 매우 클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확진자 수가 줄어들어 조금 상황이 나아지면 방역 단계를 낮추고, 다시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 방역 단계를 높였다. 오죽하면 가장 피해를 보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마저 차라리 방역 단계를 강화하고 지속해서 상황을 확연하게 호전시키자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이런 과정은 작년부터 반복됐다. 더군다나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는 취지로 소비 쿠폰 등을 발행하는 등 불 꺼지는데 기름 붓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1만 명 정도까지도 확진자 수가 늘어날 것에 대비했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호언장담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이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상당 기간 손실을 견뎌내며 정부의 방역 조치에 협력했다. 국민은 개개인 나름대로 방역 수칙을 지키느라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런데 희망을 제시하고 그 희망이 지켜지지 않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사람은 지치게 마련이다. 정부는 국민에게 희망을 제시한다는 측면이었을지 모르겠지만 확진자 수가 줄어들면 그때마다 희망 섞인 발언이 나왔다. 그때마다 거짓말처럼 상황이 악화하기를 몇 차례 반복했다. 마치 부동산 가격을 낮추겠다는 정책 발표처럼 말이다. 국민은 백신 80% 접종이 되면 상당히 많은 것들이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는 철회됐다.
코로나는 어쩔 수 없는 전염병이다. 백신 효과와 오미크론의 발생 역시 정부가 사전에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정부는 조금 더 신중하게 더 좋지 않은 상황을 대비해서 준비를 철저히 했어야 했다. 문 대통령이 “방역조치를 다시 강화하게 되어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면서,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위중증 환자의 증가를 억제하지 못했고, 병상 확보 등에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상회복으로 기대가 컸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상실감이 크므로 손실보상과 함께 방역 협조에 대해 최대한 두텁게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확정하여 신속하게 집행하겠다"고 한 것은 상당히 유감스러웠다. 병상확보와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 문제는 매번 지적된 현안 아니었나.
이 터널을 언제 빠져나갈지 아무도 모른다. 섣불리 예상하지도 말고, 기대하지도 말아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경험을 쌓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그나마 방역을 잘해온 것은 방역 당국과 의료진의 노력은 물론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 덕분이었다.
국민은 정부가 거리두기 강화를 하라면 이에 따랐고, '위드 코로나'라고 하면 이 역시 따랐다. 그리고 앞으로도 정부의 정책을 따를 준비가 되어 있다. 식당 앞에서 QR 체크인이 먹통이 되어 전쟁 같은 점심시간을 보냈어도 우리는 인내하며 기다렸고,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직장맘은 일하다 말고 뛰어가 아이를 데리고 긴 줄을 기다리고 기다려 선제 검사를 받고 있다. 가정주부는 하루종일 비대면 수업하는 아이들 챙기고, 식당 등 자영업자들은 연말 대목을 울먹이며 접고 있다. 주변의 부작용 속출 이야기들로 불안해하면서도 정부를 믿고 국민의 81% 이상이 접종을 마쳤다. 이제는 정부의 차례다. 다가오는 2022년에는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모습을 보고 싶다. 국가(정부)의 첫 번째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의무이기 때문이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전 서울변호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