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44조원 규모의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 처리가 사실상 올해 무산됐다.
27일 서울시와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양측은 주말인 전날에도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논의를 했지만 결국 협의에 실패했다. 결국 이날 예정된 마지막 정례회가 불발되면서 원포인트 임시회 일정이 고려되고 있지만, 양측이 소상공인 생존지원금 편성 여부를 두고 공개적인 반박을 반복하고 있어 무난한 통과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시의회 예결위는 이날 서울시의 '소상공인 생존자원금 3조원 편성 불가' 입장에 대해 "시의회의 무리한 증액요구라는 프레임 짜기를 시도했다"며 조목조목 비판했고 이에 대해 서울시도 "표현이 과격하다"며 항목별 반박에 나섰다.
먼저 예결위는 내년도 예산안에 소상공인 지원예산 1933억 원, 소상공인 자금지원 2조원, 서울사랑상품권 발행 4300억 원 등 2조5000억원을 기 편성했다는 서울시의 주장은 '분류 조작을 통한 착시유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예결위에 따르면 서울시가 주장하는 '소상공인 자금지원 2조원'은 지원금이 아닌 대출가능 금액이다. 즉 은행과 협의된 대출 여력이 2조원으로 소상공인 직접 지원자금이라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안에 소상공인 지원예산 2조5000억원을 미리 편성했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며 "소상공인 자금지원 2조원, 서울사랑상품권 발행 4300억원을 고려할 때 소상공인에게 미치는 정책 효과는 2조5000억원을 상회한다고 밝힌 것"이라고 반박했다.
예결위는 이어 "순세계잉여금은 회계연도 결산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편성이 곤란하다는 주장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며 "서울시는 이미 특별회계에 내년도 순세계잉여금 예상액을 전액 반영해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주장했다. 이미 일부를 예산안에 반영 해놓고 예결위의 순세계잉여금 활용 제안에 대해 '선례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모순이라는 것이다.
앞서 서울시는 순세계잉여금은 회계연도 결산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는 규모와 내역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편성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서울시 측은 "일반회계 순세계잉여금은 70% 이상을 자치구·교육청, 특별회계·기금 등에 전출해야 하므로 결산을 통해 정확한 수치가 나온 후에 세입 예산에 반영하는 것이 재정운용 상 바람직하다"며 "여러 차례 예결위에 순세계잉여금 편성에 있어 일반회계와 특별회계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선례가 없다는 것은 일반회계에 국한된 것임을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예결위는 또 "기금에 예치된 현금성 자산의 용도가 정해져 있다는 것은 '의도적 왜곡'"이라며 "행정안전부의 '기금운용계획 수립기준'에도 예치금의 용도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각각의 설치목적이 정해져 있는 기금들의 예치금을 모두 끌어모아 생존지원금에 투입한다면 기금의 여유재원을 고갈시켜,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건전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는 예결위가 시에 대해 '치졸한 정치행위이자 가짜뉴스 유포'라고 한 점에 대해 "과격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예결위가 "서울시 시세는 매년 평균적으로 추계액 대비 10% 정도 추가 징수되고 있다"며 " 추가징수가 예상되는 부분을 감안해 민생 예산을 확대 편성하자는 제안을 두고 시세증액 요청으로 바꿔치기했다"며 이 같은 표현을 한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시의회가 시세 증액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서울시는 "지난 15일 정례회 회의록을 보면 예결위의 시세증액 요청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변수를 의도적으로 누락해 "'서울시의회의 서울시의회의 무리한 증액요구'라는 프레임 짜기를 시도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코로나 생존 지원금 외 증액과 감액 규모를 결정하기 위한 계수 조정을 예결위에 요청하고 있으나 예결위는 3조원이라는 확보 불가능한 재원을 요구하고 실질적인 논의는 뒤로 미루고 있다"고 맞받았다.
양측의 합의 불발로 내년도 예산안은 오는 29일 또는 30일에 원포인트 임시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제303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