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민주당과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가 쌀 과잉생산으로 쌀값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내달 중 쌀 20만톤에 대한 시장격리를 즉각 시행키로 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농민 생계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6차례에 걸쳐 쌀값 안정화와 쌀 시장격리를 당부한 데 따른 후속조치 차원이다.
당정은 28일 오전 국회에서 '쌀 시장격리 당정협의'를 개최하고 "올해 쌀 초과생산량 27만톤 중 20만톤을 내년 1월 우선적으로 시장격리하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날 당에선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박완주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선 김현수 농림부 장관과 이억원 기재부 1차관 등이 참여했다.
당정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0.7% 증가한 387만2000톤이다. 올해 예상수요량보다 27만톤이 과잉생산됐다. 쌀 과잉생산은 10월부터 시작된 쌀값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평가된다. 이에 당정은 내달 중 20만톤을 시장격리하고, 7만톤은 시장여건과 재고상황 등을 고려해 시장격리 여부를 판단키로 했다. 20만톤 시장격리는 농림부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을 거쳐 내년 1월 중 세부 매입계획을 공고할 예정이다.
28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쌀 시장격리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정이 쌀 시장격리를 단행한 건 이 후보가 거듭 쌀값 안정화와 시장격리를 요청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쌀값 하락으로 농민 민심이 요동치고 정부와 여당에 등을 돌릴 경우 영·호남과 충청, 경기·강원 등 농촌 지역의 대선 표심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쌀값 안정을 통해 농민 표심을 잡겠다는 시도는 야당에서도 나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농민들의 애타는 심정을 외면하지 말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쌀 시장격리를 정부에 요청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에 따르면 이 후보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쌀 27만톤을 즉시 시장에서 격리하고, 비료값 인상분을 정부가 부담토록 하겠다"고 밝히는 등 공식·비공식적으로 6차례에 걸쳐 쌀값 안정화와 시장격리를 요청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도 쌀 시장격리를 강력하게 요청했다"면서 "애초 정부에서는 매입물량을 17만톤으로 결정했으나, 비료가격과 농업일손 문제 등을 고려해 당에서 20만톤 매입을 요청했고, 농림부도 결국 이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당정은 문재인정부가 어렵게 이룬 쌀값 안정화 성과를 계속 유지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현수 장관도 당정협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그동안 지역별 쌀 가격과 출하동향, 재고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했다"며 "지금 시점에 시장안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9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로 구성된 '국민과 함께 하는 농민의길'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식량 자급 근본대책 마련 및 쌀 시장격리 실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