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허위 경력’ 기재 논란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가 22년 전 작성한 숙명여대 석사학위 논문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2006년 한국폴리텍대와 수원여대에 제출한 에이치컬쳐테크놀러지 등의 재직증명서 입사일, 이력서 ‘산업체 경력’란에 기재한 날짜 등이 달라 또 다른 위조 시비에 휘말렸다.
27일 학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1999년 제출된 김씨(개명 전 김명신)의 숙명여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 석사학위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기존 출간물과 동일한 내용이 상당수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JTBC에 따르면 김씨 논문을 표절심의 프로그램 '카피 킬러'로 검증한 결과 표절률이 4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피 킬러'는 자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DB)와 검증 대상 논문을 비교·대조해 표절률을 산출한다.
JTBC는 김씨 논문이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은 시절에 나온 점을 고려해 '카피 킬러' DB에 들어있지 않은 선행 연구를 자체적으로 추가해 이 같은 결과값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학계에선 표절률 20%를 넘어서면 심각한 연구 부정으로 간주한다.
김씨 논문보다 2년 앞서 나온 1997년 경희대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에 "클레는 어린아이, 정신병자, 원시인들의 드로잉이 고차적 사고를 동반하지 않은 순수한 것이라는 데에 주목하고, 그것들의 유희적 자발성을 선의 가장 기본적인 모티브로 뽑아내기도 하였다"라며 클레 회화의 특징을 설명하는 문구가 나오는데 김씨는 논문에 이 문장을 거의 그대로 옮기면서도 인용 표시는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클레 회화의 선(線)을 음악과 관련지어 논하는 대목에서는 클레의 내성적 기질 등 세 가지 특성을 언급하는데 이러한 구성도 다른 논문에서 인용 없이 발췌했으며, 파울 클레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다루는 부분에선 1986년 열화당에서 초판이 발행된 로즈메리 램버트의 '20세기 미술사'와 유사한 부분이 상당수 발견됐다.
김씨 논문의 총 48페이지 중 43페이지에서 표절 정황이 나타나고, 382개 문장 중 250개 문장이 같거나 비슷한 것으로 집계됐다는 게 JTBC의 보도 내용이다.
이 같은 의혹에 윤 후보 측은 “1999년 석사 논문을 현재 연구윤리 기준을 적용해 숙명여대 정식 조사가 아닌 약식 방법(카피킬러)으로 다른 조건까지 넣어 산출한 것으로 정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시 숙명여대의 학칙과 심사 절차에 따라 석사 논문이 인정된 것이므로 22년 전 당시의 기준을 따지지 않은 채 제3자가 현재 기준으로 표절을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 “현재 연구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인용 표시 문제를 지적할 수 있으나 22년 전 해당 대학 기준에 의하면 표절률이 달라지게 되고 표절로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