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복역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핵심 증거인 태블릿 PC를 수사기관이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고홍석)는 29일 최씨가 정부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점유이전 및 변개 또는 폐기 등 금지 가처분 사건의 심문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이날 최씨 측에 수사 당시 태블릿 PC가 자기 소유가 아니라던 최씨가 입장을 바꾼 이유를 물었다.
최씨의 변호인은 "본인의 형사 재판에서 해당 태블릿 PC가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조차 못 했는데, 검찰 수사 결과에서 공식적으로 채권자 소유임이 공표됐다"며 "그 기반으로 한 재판에서 채권자가 소유자·실사용자임이 공식적으로 확정돼 그에 기해 청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몰수의 형을 선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태블릿 PC) 압수를 해지해야 한다"며 "자동으로 채권자에게 환부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불법으로 압수물을 점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측은 태블릿 PC를 임의제출한 기자의 반환 의사가 없고, 최씨가 일관되게 본인 소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고 주장했을 뿐 5년간 방임해서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최씨 측은 기자가 최씨 사무실에서 적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태블릿 PC를 가져가 환부받을 자격이 없다는 논리를 폈다.
특별검사가 수사한 또 다른 태블릿 PC에 대해서도 "특검이 안 계셔서 압수물 자체를 제대로 관리하는지 불안한 상태"라며 "확정판결이 나온 상태에서 과연 계속 특검이 보관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고검 측은 추후 서면으로 의견을 내기로 했다. 서울고검 측은 "특검에 연락하니 특검과 특검보를 비롯한 당시 수사관이 다 나간 상태고, 파견 직원 두 사람이 지금 있다"며 "저희도 이런 사실을 어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19일까지 양측 의견을 추가로 받기로 했다.
이날 재판 직후 최씨 변호인은 "본인은 그것을 본 적도 없고, 재판 과정에서도 검찰이 안 보여줬다"며 "마녀사냥을 당하다 보니 이제 와서 한번 바로잡아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최씨는 태블릿 PC 압수물 반환을 본안 재판으로 청구하기 전 서울중앙지검과 특검의 점유를 풀고, 법원이나 법원이 지정한 제3자가 보관해야 한다며 지난 7일과 14일 가처분을 신청했다.
앞서 최씨는 딸 정유라씨의 부정 입학과 관련한 혐의로 징역 3년, 국정농단과 관련한 혐의로 징역 18년을 확정받고 청주여자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 중심에 있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구속)씨가 지난 2016년 11월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청사를 나서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