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마지막 특사…"결자해지·불가피한 선택"

법조계 "박·이 전 대통령 판단 다를 수밖에"
"인도적 측면-범죄수익 귀속 고려 등 분명한 차이"
"사법정의·법치주의 측면에선 아쉬워"

입력 : 2021-12-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정부가 22년 신년 특별사면을 24일 발표했다. 오는 31일자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특사로 역대 최대 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평범한 규모였다. 첫 특사 규모가 6444명이었던 점과 비교해보면 절반 수준이다.
 
대통령의 통치행위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이번 특사의 방점은 '대국민 화합을 위한 사면'에 찍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대표적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요구는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끊임 없이 제기됐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매년 특사의 기회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사 문제와 관련해 국민 공감대와 사법정의·법치주의를 강조해왔다. 
 
법조계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번 결단이 이 3원칙 중 사법정의·법치주의 보다 '국민 공감대'에 치우쳤다는 풀이가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원로 법조인은 "원칙을 중요시 하는 법률가들의 편협한 측면에서 본다면 특사나 가석방, 감형은 국가기능에 충실한 법집행자들에게는 섭섭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범죄자들에게 사법적 단죄 이후의 기대 가능성을 주기 때문에 형벌의 효과가 제대로 확보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법조인은 또 "같은 논리에서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이나 가석방이 국민 통합에 과연 기여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재범, 누범자들을 제외하고는 차라리 생계형 범죄자들에 대한 사면 폭을 대폭 늘리는 것이 오히려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사 때마다 나오는 '국민 통합'이라는 이유를 아예 붙이지 않는 것이 낫다"고까지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뉴시스
 
그러나 이같은 원론적 지적 외에는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많다. '결자해지'라는 측면이다. 중견의 한 헌법전문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18대 대선에서 경쟁하기도 했던 관계"라며 "결론적으로는 박 전 대통령을 형사처벌한 셈인 문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내내 마음의 짐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기적으로도 적절하다고 평했다. 대선이 내년 3월9일이기 때문에 형식상으로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3·1절 특사 기회가 한번 더 있다. 그러나 이 때 마지막 사면권을 행사해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할 경우에는 대선에 영향을 준다는 정치적 비판이, 사면 없이 정권을 넘긴다면 차기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변호사는 "같은 맥락에서 내년 3·1절에는 일반사면이라면 모를까 특사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권활동을 오랫동안 해 온 다른 중견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특사는 정치적 고려라기 보다는 인권적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1952년생으로 내년에 71세다. 고령인 데다가 지병까지 악화된 상황에서 계속 수감하도록 둔다는 것은 인권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허리디스크와 어깨 등 지병 악화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입원치료 예정 기간은 한달이었으나 최근 건강까지 더 나빠져 6주간 입원치료를 더 받기로 했다. 
 
지난 20일과 21일 양일간 열린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서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사는 큰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과 달리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역시 특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991년부터 2007년까지 본인 소유의 다스 자금 350억원을 비자금 등으로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을 확정받았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로펌 대표는 유죄 확정판결을 전제로 "박 전 대통령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지만 따지고 보면 뇌물을 본인이 챙긴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과 동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수감 기간을 따져봐도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구속수감된 뒤 총 4년 9개월여간 감옥에서 지냈다. 이 전 대통령은 보석으로 풀려났다가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뒤 지금까지 3년9개월여 동안 수감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성명을 내고 "두 분 전임 대통령을 임기 내내 구속해 두었다가 대선을 목전에 두고 그 중 한 분만 사면한 것은 사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사법처리가 정치보복이었음을 다시 확인하게 하는 처사"라고 맹비난했다. 이 전 대통령 역시 변호인단을 통해 "이 정권에서 사면 받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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