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제조업을 중심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온실가스 저감기술이 개발·상용화되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와 금융 시스템이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 은행들이 현재 수준의 기후변화 대응만 지속할 경우, 탄소중립 이행리스크에 취약한 자산에는 부실이 발생하며 큰 폭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30일 발간한 '기후변화 이행리스크와 금융안정' 조사통계월보를 통해 '2050 탄소중립' 등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행리스크가 장기 성장 기조와 중앙은행의 주요 책무인 금융 안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에 한은은 '이행리스크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BOK-Climate Stress Test)'을 개발해 2050 탄소중립 등 향후 30년에 걸친 기후변화 대응이 우리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시나리오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2.0℃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대비 약 70% 감축하는 일명 '2℃ 시나리오'와 더 나아가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해 온도 상승폭을 1.5℃ 이하로 억제하는 '1.5℃ 시나리오'로 구성했다.
시나리오 분석 결과 저탄소경제로의 전환은 온실가스 배출을 많이 하는 고탄소산업을 중심으로 생산 비용 상승과 부가가치 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은은 부가가치 대비 직·간접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 상위 업종을 고탄소산업으로 분류했다.
세부적으로 고탄소산업의 부가가치는 이행리스크에 의해 연평균 0.95~2.44% 감소해 2050년에는 기준 시나리오 대비 28.5~73.1% 줄어들 전망이다.
또 이행리스크에 따른 고탄소산업 기업의 생산 비용 상승과 수익 감소는 이들 기업의 신용위험(부도율 상승 등)과 시장위험(주가 하락 등)을 증대시킬 것으로 관측됐다.
고탄소산업의 부도율은 연평균 0.34%~0.63%포인트 상승해 2050년에는 기준 시나리오 대비 10.2~18.8%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고탄소산업의 주가 역시 연평균 1.7~1.8% 하락해, 2050년에는 기준 시나리오 대비 51~53.7%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고탄소산업의 신용·시장위험 상승에 따른 관련 금융자산(대출·채권·주식)의 가치 하락이 국내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을 2020년 대비 2050년경 2.6~5.8%포인트 하락시킬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1.5℃ 시나리오에선 2040년 이후 은행이 보유한 고탄소산업 관련 금융자산의 가치 하락이 본격화됨에 따라 국내은행 BIS 비율이 규제비율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아울러 고탄소산업 관련 익스포저 비중이 높은 특수은행은 이행리스크에 더욱 취약해 BIS 비율 하락폭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30일 발간한 '기후변화 이행리스크와 금융안정' 조사통계월보를 통해 '2050 탄소중립' 등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행리스크가 장기 성장 기조와 중앙은행의 주요 책무인 금융 안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사진은 한 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