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지난해 이동통신 번호이동 건수가 500만건을 간신히 넘겼다. 경기 위축으로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길어지고 있고, 이동통신사들의 지원금 경쟁도 예전 대비 둔화되면서 번호이동을 선택한 소비자가 줄어든 영향이다. 특히 이통3사 모두 일년 내내 순감을 기록하며 시장 동력을 떨어뜨렸다. 대신 알뜰폰이 이통3사 가입자를 흡수하며 나홀로 성장했다.
5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통신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번호이동 건수는 총 508만3711건을 기록했다. 2020년 542만2730건 대비 6.7% 감소한 수치다. 10년 전인 2011년 1196만1494건 대비로는 반토막 아래로 급락했다. 흥행에 성공한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3와 플립3, 애플의 아이폰13 영향으로 8월과 10월에는 월평균 번호이동 수치가 47만건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연간 번호이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등으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교체를 하지 않고 있고, 신규 스마트폰이 출시돼도 번호이동과 기기변경 간 혜택 차이가 크지 않아 자급제폰으로 이동하는 수요도 늘어난 것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지난해 5월만 해도 5세대(5G) 통신이 상용화된 지 2년차에 접어들면서 약정 만기를 맞은 수요로 번호이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번호이동 건수가 37만704건에 그치면서 지난해 월평균 42만3642건에도 한참 못 미쳤다.
번호이동 시장 축소는 시장의 대부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가 번호이동 시장에서 가입자를 빼앗긴 영향이 크다. 이들의 가입자수는 지난해 내내 순감했다. 가장 많은 가입자를 뺏긴 곳은
SK텔레콤(017670)이다. SK텔레콤은 1월부터 12월까지 32만3175명 순감했다.
KT(030200)는 24만2487,
LG유플러스(032640)는 17만9991명 줄었다.
대신 알뜰폰은 이통3사의 번호이동 건수를 흡수했다. 알뜰폰은 지난해 누적 193만5467건의 번호이동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번호이동 건수의 38%에 해당하는 수치다. 전체 번호이동 시장은 침체됐지만, 알뜰폰 위주로 시장이 활기를 띄었단 얘기다. 연간 순증 수치는 74만5653건을 기록했다. 월 평균 6만2137건의 순증을 기록한 셈이다. 이통3사가 각각 월평균 1만5000~2만7000건 수준의 순감을 기록할 동안 나홀로 가입자를 확보했다. 특히 아이폰13이 출시됐던 10월의 경우 알뜰폰 순증 수치는 7만7258건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원금이 낮은 아이폰을 선택하는 구매자들이 자급제폰과 알뜰폰의 저렴한 요금제의 조합으로 번호이동이 늘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번호이동 시장도 작년과 유사하게 흐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통3사가 수익성 위주의 경영기조를 보이면서 보조금 경쟁을 지양하고 있어 예전처럼 새로운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출시돼도 번호이동 시장은 잠잠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자급제폰과 알뜰폰 요금제를 선호하는 경향도 짙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통 자회사 알뜰폰업체들이 공격적 마케팅을 지속하면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급제폰 구매가 늘면서 이통3사가 보조금 위주의 경쟁의 모습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알뜰폰 요금 경쟁이 치열해지고, 단말 가격이 오를수록 알뜰폰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은 강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