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김충범·조용훈·용윤신 기자] 사망자 수보다 출생아 수가 적은 '데드크로스' 현상이 2년 전부터 불어 닥친 가운데 코로나19 극복으로 출산율을 일부 높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악화된 경제를 회복시키는 등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질 경우 감소세를 다소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9일 <뉴스토마토>가 인구절벽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경제 회복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청년실업, 물가, 부동산 등의 전반적인 사회문제 해결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조언에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 전반적으로 취업하기 어렵고 물가·주택 가격의 오름세가 큰 토양 속에 젊은이들이 결혼, 출산과 같은 일반적인 삶을 영위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며 “경제, 혼인, 출산 간의 상관관계는 상당히 크다. 출산율 증가는 정부의 경제 살리기, 일자리 늘리기가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육아휴직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경력단절 여성만 늘어나는 꼴"이라며 "유럽권 국가를 보면 남성 육아휴직 확대로 출산율을 높였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는 유연탄력 근무제가 이미 사회 전반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구 추이를 봤을 때, 출산율보다는 출생아 수가 중요하다"며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가임 여성 수가 늘어난 상황에서도 출생아 수가 눈에 띄는 반등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목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역사적으로도 사회적인 위기가 발생하면 출산아가 급감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가 그랬다"고 거론했다.
이어 "코로나19가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며 "경기가 좋아야 취업도 하고, 그 이후 출산을 생각할 수 있다. 장기화되면 출산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출산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있지만, 결혼에는 분명히 영향을 미쳤다"며 "요즘 청년들은 결혼하고도 바로 출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결혼 딜레이는 출산 딜레이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육아휴직, 아동수당 등 정부정책에 대해서는 "도움이 안 된다고는 볼 수 없지만 결정적인 정책은 아니다. 경제부담을 확실히 줄여주지 않으면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며 "10만원 더 줄 테니 아이를 더 낳겠냐고 물으면 그렇게 하는 사람은 없다. 육아휴직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고 해서 애를 안 낳을 사람이 낳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교수는 "육아휴직도 공무원이나 대기업 같은 곳에 집중돼 있다. 애를 많이 낳는 사람은 따로 있다. 이들은 거의 지원을 못 받고 있다"며 "애를 적게 낳는 직업군의 사람들이 정책적 혜택을 더 많이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책에서도 빈익빈 부익부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출산율은 1.2에서 1.5까지 올랐다. 남녀 간의 경제차이를 없애고 노동시장의 여유가 생긴 것과 생식기술의 발전이 한 몫했다"며 생식테크놀로지의 발전이 하나 방법으로 출산율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9일 <뉴스토마토>가 저출산 극복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경제 회복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민우·김충범·조용훈·용윤신 기자 lmw383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