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유럽에서도 백신 패스 의무화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유럽 곳곳에서는 정부의 방역정책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9일(이하 현지시간)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는 경찰 추산 5000여 명의 시위대가 '백신 독재'를 비난하는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자유, 자유"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내를 행진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이전 시위에서와 같은 폭력사태는 없었지만 경찰은 시위 전후 폭죽을 운반하거나 경찰을 향해 '발사체'를 투척한 용의자들을 체포, 구금했다고 밝혔다. 이전부터 벨기에에서는 바, 식당, 문화행사 등에 입장하려면 백신증명서를 제출토록 한 정부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가 여러 차례 벌어졌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도 이날 이틀째 시위가 벌어졌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9일 시위는 수천명의 참가자들은 시내 광장에 모여 정부의 최근 백신 정책을 규탄하고 어린이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뒤 "자유, 자유" 등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체코 전임 정부는 오는 3월부터 60세 이상 고령자, 의료인, 경찰, 소방관, 의대 학생 등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들어선 새 연립정권은 잇따른 반발에 이를 부분적으로 철회할 것을 검토 중이다.
앞서 8일에는 프랑스 주요 도시 곳곳에서 10만명 이상이 참가해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이날 프랑스 시위대는 정부가 백신 증명서를 통해 그들의 자유를 짓밟고 시민들을 불평등하게 대우한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달 중순부터 백신 증명서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부 시위자들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백신 미접종자들을 성가시게 만들겠다"고 말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남부 도시 몽펠리에와 북서부 도시 낭트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는 등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도 빚어졌다. 프랑스 내무부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서 시위가 격해지면서 34명이 체포되고 경찰 10여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1분기 이내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를 추진 중인 독일도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같은 날 베를린을 비롯한 독일 주요 도시에서도 수만명이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방역조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함부르크에서는 "이만하면 충분하다. 아이들을 놔둬라"라는 구호 아래 1만6000여명이 집결해 거리 시위에 나섰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하라고 요청했지만, 많은 참가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리두기도 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 참가자는 옷에 유대교의 상징인 다윗의 별을 달고 '백신 미접종자'라고 표기해 경찰이 선동 혐의로 수사절차를 밟고 있다고 타게스슈피겔이 전했다. 전날 구동독지역 츠뵈니츠에서는 전날 코로나19 방역조처에 반대하는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에 발연통과 막대기에 불을 붙여 투척하기도 했다.
이밖에 오스트리아의 빈과 스위스 취리히 등에서도 백신 패스 강화 등 정부 방역 조처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지난 1월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백신패스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