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그 헌신, 잊지 않겠습니다"…고 배은심 여사 추모 물결

서울 분향소·연세대 '한열동산' 등 분향소에 조문객 이어져

입력 : 2022-01-10 오후 5:04:54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아드님을 먼저 떠나보내고 한 많은 삶을 사셨습니다. 아드님 곁에서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10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 3층에 마련된 고 배은심 여사 서울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시민 남궁순(59)씨는 조문 이유를 묻자 대답 대신 잠시 울음을 참았다. 잠시 후 입을 뗀 남궁씨는 "이 열사와 배 여사와 개인적인 관계는 없다"며 "천주교 서울대교구 평신도 모임에서 활동하는 와중에 기념관을 방문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열사와 동시대 사람인데 당시 운동에는 동참하지 못했다"면서 "민주화 운동에 감사하다. 이제 (민주주의 공고화를 위해) 남은 사람의 몫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민주주의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고, 방심하는 순간 퇴행한다"며 "'진실의 반대는 망각'이라고 한다. 민주화 인사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차려진 빈소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해 온도 측정 및 전자명부 기계음이 계속 이어졌지만, 엄숙한 분위기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비좁은 분향소 환경에 따라 목례로 간단히 조의를 표해달라는 안내문이 있었으나, 잠시 발길이 뜸한 사이 큰절하는 조문객들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 3층에 마련된 고 배은심 여사 서울분향소에서 조문객이 조의를 표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조문객들은 분향소 입구에 포스트잇 형태로 조의를 붙였다. '한 해를 시작할 때마다 어머니의 삶을 떠올리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한평생 어머니의 헌신 잊지 않겠습니다. 민주유공자법 꼭 이뤄어내겠습니다', '원하던 시대가 올 때까지 우리 또한 노력하겠습니다. 이제 편히 쉬십시오' 등의 메시지가 있었다.
 
하승창 전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은 "대개 유가족이 그렇듯이 가족이 중요한 일을 하고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것 때문에 (운동을) 시작하긴 하지만, 배은심 여사 본인도 독자적·독립적으로 본인도 민주주의나 인권 위해 싸우는 삶을 사신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배의 귀감이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고인은 생전에 민주화유공자 위한 법 제정에 매우 큰 노력 기울였는데 그게 지금 남은 숙제 같다"고 덧붙였다.
 
분향소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에 있는 고 이 열사의 모교 연세대 '한열동산'에도 기념비 등 고인들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발길이 이어졌다. 여학생들이 방문하는가 하면, 중년 남성이 둘러보거나 행인이 기념비 쪽을 응시하면서 지나기도 했다.
 
연세대 학생회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조문객 우종욱씨(24)는 "이한열 열사는 민주주의 운동을 한 고마운 선배"라며 "최근 (열사) 추모 행사 때 여사님을 뵌 적이 있다. 아드님 보고 싶었을텐데 뵙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의 손을 잡고 동산에 오른 이모씨(41) 역시 "근처에서 볼일이 있는 김에 아들과 캠퍼스를 구경하다가 이한열 열사 기념비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됐다"며 "여사님의 별세 소식도 듣고 해서 일종의 '역사 견학'을 시켜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일 오후 아버지와 아들이 연세대 한열동산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지난 9일 향년 82세를 일기로 별세한 배 여사는 1987년 6·10 민주항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한열 열사의 모친이다. 그는 1987년 6월9일 아들이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후로 평생 민주화 운동에 일생을 바쳤다.
 
고인은 민주화 운동을 하다 세상을 떠난 열사들의 유가족이 모인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 참여해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싸웠다. 1997년 회장을 맡은 배 여사는 국회 앞에서 422간의 농성 끝에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을 이끌어냈다.
 
배 여사는 지난 2020년 민주화 운동의 계승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10일 오전 고 이한열 열사 어머니 고 배은심 여사 사회장 서울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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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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