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진욱 기자] 한동안 잠잠했던 대형 유통업체들의 신규 점포 출점이 최근 다시 본격화되면서 지역 중소상인들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그 중 기업형 슈퍼마켓(SSM) 신규 출점을 둘러싼 대형 유통업체와 지역 중소상인들과의 갈등이 가장 첨예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1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키며 끊임없는 잡음을 빚어온 SSM은 사회적인 상생분위기 조성과 신규 출점 저지를 위한 중소상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8월까지 120여개 가량 늘었다.
SSM '빅3'로 꼽히는 롯데슈퍼가 41개, 홈플러스익스프레스가 38개, GS슈퍼마켓이 45개 점포를 새로 출점했다.
올 들어 정치권에서 강조된 '상생'과 SSM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밀려 SSM업계는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 형태의 신규 출점을 상생 카드로 꺼내 들었다.
가맹점주에게 점포 운영시스템과 노하우를 제공하고 점주 수익률을 높이는 방식을 통해 지역상인들과의 상생을 도모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SSM이 해법으로 제시한 가맹사업은 현재로선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롯데슈퍼가 올해 신규로 출점한 41개 SSM 점포 중 가맹점은 3곳에 불과했다. 홈플러스는 38개 신규 출점 중에 가맹점 17개, GS슈퍼마켓은 45개 신규 출점 중 가맹점 8개를 기록했다.
애초에 SSM업체들의 가맹사업 전환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중소상인들은 SSM업체들의 가맹사업 전환은 가맹점이 사업조정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제도상의 빈틈을 노린 꼼수라며,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 상권 진출이라는 큰 틀에는 변함이 없다고 반발해왔었다.
이 같은 출점 행렬 속에 SSM업계와 지역 상인들과의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송파점을 기습 출점해 지역 상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롯데슈퍼 역시 지난달 3일 사업조정신청을 피하기 위해 롯데슈퍼 부산 좌동점을 기습 개점, 논란을 빚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의 신규 출점도 다시 불이 붙으면서 주변 상권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오픈한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인근에는 경동시장과 청량리종합시장, 청량리청과물시장 등 전통시장이 6곳이나 몰려있어 지역 상권이 고사 위기에 놓였다.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에는 대형마트인 롯데마트도 입점해 있어 지역 상권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청량리점은 경춘선 청량리역과 연결돼 있어 강원도 춘천을 비롯한 인근 지방 상권 역시 위협을 받고 있다.
신세계(004170) 이마트 역시 충남 천안시 신부동 종합터미널에 이마트 입점을 추진하고 있어 지역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천안시에 따르면 이마트는 신부동 종합버스터미널에 이마트 터미널점 입점을 위한 사업허가신청서를 접수, 오는 12월부터 영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천안 지역상인들은 최근 대책회의를 갖고 이마트 입점을 막기 위해 천안시에 사업조정 신청을 비롯한 법적 행동을 시작하고 향후 집단행동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국장은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상생법이 통과되기 전에 점포를 내려는 유통업체들의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최근 신규 점포 출점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유통 재벌들이 중소상인들이 쌓아온 삶의 터전을 너무도 쉽게 빼앗아 가고 있다”며 "상생을 외쳤던 유통 재벌들의 구호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유통업체들의 무분별한 골목 상권 진출을 규제할 실질적인 법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