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도 관련 특화보험 개발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질병에 대한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한데다 호흡기 등을 보장하는 시중에 나온 미세먼지보험은 일반 건강보험 상품과 큰 차이가 없어 미끼 상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11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을 나타낸 충북, 세종, 전북 등의 지역은 전날 수도권과 충남에 이어 올해 첫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다. 비상저감조치란 고농도 미세먼지가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 차량 부제, 사업장 조업 단축 등을 실시해 단기간에 미세먼지를 줄이는 조치를 말한다.
미세먼지 기승에 보험사도 관련 상품을 판매 중이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라이프플래닛생명의 미세먼지보험이 꼽힌다. 라이프플래닛은 2019년 미세먼지질병보험을 출시하고 일종의 보험 특허권인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바 있다. 이 상품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호흡기관 암(폐암, 후두암 포함), 특정 심장·뇌질환 등을 보장한다. 미세먼지 할인제도를 적용해 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하면 보험료도 할인해준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미세먼지 특화보험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세먼지로 인한 발병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이 없고 주요 폐질환에 대한 보장 수준이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상품명에 미세먼지만 들어갔을 뿐 일반 질병보험과 큰 차이가 없어 미끼 상품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DB손해보험(005830)이 내놨던 '굿바이 미세먼지'라는 이름의 보험의 경우 주요 폐질환마저 보장하지 않아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미세먼지보험이 처음 출시되고 수년이 지났음에도 제대로 된 상품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축적된 데이터가 미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적절한 보험료율을 책정하기 위한 질병, 통계 등의 데이터가 아직 상품 개발에 나설 만큼 쌓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세먼지로 인한 발병 인과관계도 명확하게 밝히기 어렵다는 게 보험사들의 입장이다.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역풍 우려도 있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연평균 기준농도보다 10㎍/㎥ 상승한 다음날에는 15세 미만 가입자 보험금 청구가 75% 증가했다. 2014년 스모그 보험을 출시한 중국의 경우 손해율 급증에 관련 상품의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미세먼지보험이라고 하면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일텐데, 일반적으로 미세먼지로 호흡기 질환이 발생한다고 해도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히기는 쉽지 않다"면서 "결국은 호흡기 질환에 대한 담보를 미세먼지보험으로 판매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담보가 생기려면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진 병이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통계가 있어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미세먼지보험 개발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0일 초미세먼지로 뒤덮인 전주 백제대로. 사진/뉴시스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