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방역지침을 어기고 대규모 집회를 강행한 혐의로 기소된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기소 근거가 된 법률들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법원에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11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민 전 의원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성창경 전 KBS공영노조위원장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민 전 의원이 지난 2020년 8월15일 서울시 집회 금지 명령을 어기고 허가구역 밖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 비판 발언을 하는 등 방역 수칙을 위반했다고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그러나 민 전 의원 측은 혐의에 적용된 법률이 평등권을 침해해 위헌이고 검찰의 기소가 형평성에 맞지 않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민 전 의원 변호인은 "근거 법률인 집시법 22조 2항이 헌법 11조의 평등권을 침해했고 감염병예방법 조항도 헌법 12조 1항(신체의 자유)과 34조 1항(인간다운 생활 할 권리) 등을 위반했기 때문에 근거 법률이 위헌이라는 이유로 위헌법률제청 신청했다"고 말했다. 민 전 의원측은 전날 법원에 신청서를 냈다.
변호인은 특히 "8·15 집회는 2020년 8월14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집회 허가를 받은 부분"이라며 "허가 받은 사항에 대해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기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집회를 금지한 서울시 고시를 지금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타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집시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청와대 인근 사거리 연설에 대해서는 "집에 가려는 상황이고 그 자리에서 국민들이 이름을 불러 감사해 발언했다"며 "청와대 인근 사거리에서는 어떠한 준비도 한 적 없다"고 말했다.
민 전 의원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성씨는 혐의가 500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되면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성씨의 변호인은 "벌금형밖에 없는데 검찰이 (민 전 의원과) 같이 법정에 나와서 하게 하는 건 형벌권 남용"이라며 주요 인사에 대한 표적수사라고 주장했다.
민 전 의원 측은 "사거리를 집회로 간주해도 민 전 의원은 일단 갔고(현장을 떠났고) 성씨는 거기서 오랫동안 했고 민 전 의원이 집에 간 뒤에도 남아있었다"며 "그런데 민 전 의원에게는 집시법으로 기소했고 성씨는 불기소했다. 이것만 봐도 평등원칙을 위반한 자의적인 기소"라고 했다.
재판부는 민 전 의원 측 신청을 검토하고 3월22일 공판기일을 이어가기로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20년 8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민 전 의원의 '4·15 부정선거 국민투쟁본부' 광복절 집회를 금지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이 집회 금지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을지로입구역 인근 3000명 집회가 허용됐다.
집회 당일 참가자는 1만명을 넘겼고 행진 과정에서 허가 구역을 벗어났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민 전 의원 등을 고발했다.
2020년 불법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연 혐의로 기소된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11일 오전 첫 공판에 출석,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